“초고난도 질환 치료 ‘최상급 병원’ 기준 새로 제시할 것”

입력 2024-11-20 00:01 수정 2024-11-20 00:01
금기창 연세의료원장.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의료원이 신의료기술, 신약 등 혁신 의료를 적극 도입해 초고난도 질환자를 치료하는 최(最)상급종합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19일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세의료원은 신의료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중증 난치질환자를 치료해 왔다”면서 “앞으로 혁신 의료를 적극 도입하고 필수 의료체계를 구축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넘어 초고난도질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 내년 두경부암 등 확대
연세의료원은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 로봇 수술 등 신의료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중증 난치질환 치료를 선도해왔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중입자 치료의 경우 이달 초까지 전립선암 378명을 비롯해 췌·담도암 45명, 간암 6명, 폐암 8명이 치료를 마쳤다. 지금까지 심각한 부작용 보고는 없었다.
내년 상반기 회전형 치료기를 추가로 가동하면 두경부암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치료 환자 수도 늘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세계 최초 단일기관 로봇 수술 4만례 달성을 비롯해 로봇 수술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여기에 의학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해 경쟁 우위를 선점하고 정밀 의료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올해 5월 희귀유전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연구를 위해 임상유전과와 소아신경과 등 17개 진료과 22명의 전문의가 참여한 하님정밀의료클리닉을 개소한 바 있다. 여기에 신의료기술의 선제적 도입을 위한 제도나 지침 등도 마련키로 했다.
금 원장은 “글로벌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신의료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초고난도 중증 질환자들이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못받는 상황이 없도록 시스템도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병원의 모든 기능을 초고난도질환 치료 기반으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의료원 산하 각 병원은 기존의 일반·단기 병상의 비중을 줄이는 등 중증 질환 중심으로 인프라를 전환하고 있으며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 태스크포스도 구성했다.

내년 10월 칭다오 재활병원 오픈
연세의료원은 아울러 미래 의료에 대한 투자를 위해 경영 안정화에 주력키로 했다. 금 의료원장은 “의료 환경의 변화로 당장 의료 이익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이제 진료 수익만으로는 미래 의료를 준비하기 힘들다”면서 “혁신 의료나 필수의료체계 도입 등을 위한 미래 발전 동력으로 진료 외에도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원은 의정 갈등이 시작된 올해 의료 수익으로 상반기만 1200억원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영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세의료원은 또 방글라데시에 의료 및 교육 기관을 망라한 메디컬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원무역의 제안으로 1월 기공식을 가진 메디컬센터는 2026년 개원이 목표다. 100병상 규모의 파일럿 병원과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등이 들어선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는 지하 1층에서 지상 8층, 300병상 규모의 칭다오 세브란스 재활병원(가칭)이 내년 10월 개원한다. 재활과와 중증 의학과, 내과, 외과 등으로 구성되며 CT와 고압산소치료기, 로봇재활치료기 등 최신 장비를 구비한다.

병원에 산업용 아닌 일반 전기세 적용?
이날 간담회에선 정부의 지원과 사회 각층의 관심, 후원이 필요하다는 금 의료 원장의 제언도 있었다.
금 원장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되고 우수한 의료 인력이 배출되기 위해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정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면서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수의료를 포함한 의료 수가의 현실화는 물론, 필수의료 전문의 확보를 위해 의료사고특례법 재고 등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위해 발생되는 비용은 ‘공적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 요금을 예로 들며 환자 치료에 쓰이는 전기가 산업용 전기세가 아니라 일반용 전기세를 적용받는다고 했다. 연세의료원의 신촌 지역 1년 전기세는 220억원이 넘는다.
금 원장은 “최신 의료장비의 경우 전기 사용량이 많아 전기세 부담이 크고 의료 기관의 카드 수수료도 2%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의료기관의 비용이 줄어들면 결국 그 혜택은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