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 전략을 규정한 핵 독트린(핵교리) 개정안을 승인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인테르팍스 등 러시아 통신사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핵 억지력을 행사할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군사 동맹 범주를 넓히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된 핵교리를 승인해 법령 포털에 게시했다.
개정된 핵교리는 러시아는 공격자가 핵무기 비(非)보유국이더라도 핵무기 보유국의 참여나 지원이 있는 때에는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또 핵무기 대응이 가능한 시기를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러시아 주권에 중대한 위협이 생기는 때, 연합 국가 일원인 벨라루스를 향한 공격이 발생하는 때, 러시아 영토를 겨냥한 미사일·군용기·무인기(드론)의 대규모 공격이 있을 때, 공격자가 러시아 국경을 넘는 때 등으로 규정했다.
타스는 “새로운 군사적 위협과 위험이 등장하면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명확히 했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핵교리를 변경한 것은 10년여 만의 개정인 2020년 6월이다. 개정된 핵교리는 서명한 날부터 즉시 시행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비핵 미사일을 사용하면 핵 대응이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가안보회의에서 “핵 억제 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며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 역시 공격자로 간주한다는 내용 등을 개정 교리에 담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승인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국 제공 무기의 장거리 타격을 승인하자 러시아가 핵교리를 개정하면서 맞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