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훼손됐던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5년 8개월 만인 다음 달 7일 재개장한다. 입장료 부과 여부를 두고 정부와 교계가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라시다 다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주교회의(CEF)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입장객에게 5유로(약 7400원)의 입장료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보수 공사 도중 발생한 원인 미상 화재로 높이 96m의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 지붕이 대부분 소실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화재 전에는 무료로 개방했다. 종탑 전망대에 한해서만 10유로(약1만4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다티 장관은 회의에서 “4000개에 달하는 보호 종교 시설이 열악한 상태이거나 심지어 위험에 처해 있다”며 노트르담 대성당의 입장료를 걷으면 연간 7500만 유로(약 1106억원)의 종교 유산 유지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장료 부과 제안이 논란을 일으킨 점은 인정하면서도 노트르담 대성장 입장료 신설로 유산의 상당 부분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종교 유산을 상업화할 생각이 없다”면서 교계 지도자들에게 정부와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다티 장관은 지난달에도 르피가로에 “파리 대주교에게 노트르담을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아 그 돈을 종교 유산 보호에 사용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히는 등 노트르담 입장료 신설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종교 유산에 대한 프랑스인의 관심을 일깨웠고, 많은 사람이 화재나 노후화로 사라져가는 교회를 걱정한다”며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와 프랑스의 모든 교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계는 정부의 입장료 부과 제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교시설에 대한 ‘접근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교회 의장인 에릭 드 물랭 보포르 대주교는 주교회의에서 교회와 성당은 항상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방문객에게 유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은 “원래의 소명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다른 대주교도 입장료 부과는 “교회 기능의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로랑 울리히 파리 대주교 역시 지난 13일 “우리는 교회와 성당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변함없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원칙은 우리나라의 종교 유산 보호 필요성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5년에 걸친 복구 작업 끝에 내달 7일 저녁 공식적으로 재개장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화재 이전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건물 중 하나였다. AFP통신은 재개장 이후 연간 최대 1500만명이 성당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규정하는 법률이 제정된 1905년까지 지어진 모든 종교 건물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그 후 지어진 종교 건물만 교회에 속해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