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내년에 65세 이상 국민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급속한 고령화에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은퇴 시기가 맞물리면서 경제 성장 잠재력 약화, 노년부양비 증가 등 사회 전반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고령자를 노동시장의 인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지만, 현실에선 중장년 다수가 52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살면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떠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정부는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특히 계속고용 로드맵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계속고용’을 강조하는 정부와 달리 현재 노동계와 정치권 논의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맞춘 법정 정년 연장으로 흐르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13년 도입된 60세 정년 제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성 실장은 “불완전한 형태의 정년 제도 도입이 오히려 고령자가 충분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혜택은 집중되고 청년 계층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엔 정년 연장 개념이 아니라 ‘계속 고용’ 개념으로 실효적으로 더 오랜 기간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보다 앞서 계속고용 정책을 추진해 성공한 일본 사례를 거론하며 임금체계 개편까지 포함해 기업과 근로자의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만난 사람= 김나래 사회부장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력 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5세 이상 생산 가능 인구는 2019년을 정점으로 이미 감소 중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고령 근로자가 피부양 인구로만 남아 있는 것은 사회 전체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9월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 연령대에서 처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했다.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 인구)는 올해 27.4명에서 2070년에 100명으로 높아질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 인구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노동시장 시스템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60세로 법정 정년이 연장됐지만 현실에서 제도 정착은 더디다.
“일률적인 법 개정으로 오히려 정년이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많은 이들이 지금도 정년을 체감하지 못한다. 2013년 당시 60세 정년 제도를 도입은 했지만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명시적 절차나 기준을 규율하지 않았다. 이후 임금피크제 소송을 비롯해 노사 갈등이 심화한 측면이 있다. 60세 정년으로 인한 노동비용 부담 상승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들이 많다. 경직된 기존 (임금) 시스템을 그대로 연장하면 청년들에게 불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임금 체계 개편과 반드시 같이 가는, 고용이 실제로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과정의 핵심도 결국 임금체계 개편이다.”
-세대 갈등을 피할 방안이 있나.
“윤석열정부의 계속고용은 ‘우리의 아들딸이 행복한 계속고용’이 될 것이다. 부모들이 아들·딸의 일자리를 뺏어서 더 일하는 것도 안 되고, 부모들이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아들딸들에 얹혀 지내며 자식들이 휘청이게 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장년을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게 하되 청년층에게 부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계속고용 형태로 갈 때 기존의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 기존의 고용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며 일률적으로 정년 연장을 하면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신규 채용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 청년층이 ‘내가 나이 들었을 때 저런 시스템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년연장이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평을 받는다.
“일본은 정년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중 선택하도록 했다. 지난해 기준 65세 계속고용 도입률이 99.9%, 그중 기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 재고용 형태가 69.2%다. 한국과 비슷한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사례를 보면 몇 가지 원칙이 나온다. 첫 번째는 중·고령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 두 번째는 청년과 중·고령 일자리가 함께 유지되도록 하는 것, 세 번째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 가지 원칙을 갖고 경사노위에서 논의를 한다면 개혁 방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연공형 임금체제 개편이 핵심일 텐데, 묘안이 있나.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 즉 임금의 경직성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고령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약한 게 문제다. 참고로 2021년 자료이긴 하지만, 1년 차 대비 30년 이상 근속 시 임금 배율이 한국은 2.95배다. EU는 1.65배, 우리와 비슷한 일본도 2.27배인 걸 보면 매우 높은 편이다. 결국 고령 노동자에 대해 합리적인 임금 체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기업별 상황에 맞게 임금 체계를 개편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려 한다. 업종별 특성에 맞게 컨설팅 지원도 하고, 직무와 연계된 형태로 임금 정보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연령 내지 근속 연한에 따라 임금이 조정되는 것과 다른 형태의 임금 체계가 실제로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사회적 논의, 또 노동계와의 소통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재 경사노위 논의가 공론화의 과정이다. 공익위원이 안을 제시하고, 국민 설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진행하려 한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여론에서 지지해준다면 (노사) 합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합의 과정 없이는 (정책이) 실현되지 않는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합의가) 가능하리라 본다. 노동계와의 소통 역시 계속 노력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근로자분들이 무얼 원하는지, 거기에 맞춰서 접근하려 노력할 것이다.”
-결국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경사노위 결과가 나오면 내년 중 입법 방식과 내용을 검토·결정할 예정이다. 연금개혁도 추진하고 있어 그 부분과도 연계가 필요하다.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다양한 계속고용 방식을 선택하도록 선택지를 주고, 경직적이지 않은 임금·고용체계에 대해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기업마다 임금 수준, 직무 내용, 고용 형태가 모두 달라 다양한 임금구조와 고용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 고령자고용법상으로는 선택이 불가하다. (노사가) 선택지의 방안을 내는 형태로 (사회적 대화에서) 의견을 모아간다면 (합의가) 가능할 거라고 본다.”
-계속고용과 관련해 정부가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연령 차별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 재정 지원도 기업에 현금을 지원하는 형태도 가능하지만 기술 교육 훈련이나 일자리 매칭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것이 효과적인지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일본 독일 영국 등 고령자 고용 촉진과 관련된 정책들을 분석하고 있다.”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도 여전히 필요하다.
“중장년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40대는 경력 재설계와 이직 지원 같은 재취업 지원 서비스, 생애경력설계서비스가 이뤄지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50대는 원활한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대기업 등 인프라 활용한 공동훈련센터, 신중년 특화과정 등을 통한 맞춤형 훈련 등을 제공한다. 50대는 기업의 자율적인 계속고용이 확산하도록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 대한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확대·개편을 추진하겠다.”
-그간의 노동개혁 추진 성과를 꼽는다면.
“윤석열정부는 노사법치를 일관되게 확립했다. 집회나 불법파업 등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역대 정부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파업 지속 일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노조 회계 공시에는 현재 90% 이상 노조가 참여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육아지원 3법 개정, 미조직 근로자 보호를 위한 고용노동부 전담조직 신설,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제재 강화 등도 시행했다.”
-다음 달이면 정책실장으로 취임한 지 만 1년이 된다. 그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어떤 정책이든 선택의 방안을 내는 형태로 의견을 모아가면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처음 금융투자 소득세(금투세) 이슈를 이야기했을 때 현재 입법 환경에서 가능하겠냐고 했지만 이뤄진 것처럼 계속고용 이슈도 대다수가 이익을 보는 형태로 간다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두 개의 축이 필요하다. 하나는 경제가 성장하도록 만드는 축이다. 세금 개혁을 포함한 경제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성과를 높이고, 그 성과를 통해서 투자하고, 투자와 연계된 일자리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양질의 일자리에서 근로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결합돼야 한다. 각각의 파트에 경제수석과 사회수석이 있지만, 정책실장으로서 경제와 사회 두 파트가 같이 갈 수 있는 관점을 갖고 만들어 가려 한다.”
정리=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