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가 서민경제 불황, 극단적 정치 투쟁, 저출생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에 정의·평화·생명의 복음을 구현할 것을 다짐했다. NCCK는 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회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NCCK 100주년 사회선언문’을 발표했다. NCCK는 1932년 ‘사회신조’ 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경험을 통해 본 교회와 사회의 현재와 미래’ 등 한국사회 주요 변곡점마다 교회의 역할을 제시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NCCK는 한국사회 의제를 ‘신자유주의’ ‘경제 부정의’ ‘정치 양극화’ ‘디지털 문명’ ‘성차별’ ‘한반도 평화’ 등 15가지로 정리하고 의제마다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경제 부정의에 대해서는 “국가 주도의 한국형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주거는 투기의 대상이 됐다”며 “일한 만큼의 몫을 가져가고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정의로운 사회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양극화와 관련해서는 “참여와 협력이 아니라 진영논리로 구축한 파당 정치는 시민의 정치 참여와 공동체의 책임성을 약화한다”고 지적하고 “다양한 이념과 가치가 경쟁하며 소통하는 정치 민주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공존과 연대의 사회 지향’ ‘이주민과 동행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인식’ ‘비핵화와 평화 담론을 위한 책임 있는 주체로 공론의 장 마련’ 등을 제안했다.
이날 기념대회에서는 기독교 문화 대중화를 위해 판소리 ‘갈릴리 예수’가 무대에 올랐다. 또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증언을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기념대회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73회 정기총회에서는 조성암(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64) 한국정교회 대주교가 회장에 올랐다. 조 대주교는 “회장을 맡아 기쁨과 동시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NCCK가 하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사역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리스인으로 미국 홀리크로스정교회 신학대와 프린스턴대에서 석사, 그리스 아테네대학교 박사 학위를 받고 2008년부터 한국정교회 한국대주교를 맡았다.
안건 토의에서는 정기총회와 각 위원회 첫 회의 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천할 것을 결의했다. 또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지침’도 통과시켰다. 지침에는 “자기 신앙의 우월성을 확인할 목적으로 다른 종교를 모욕하거나 거짓 선동을 해서는 안 되며 이웃 종교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여야 한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독백’이 아닌 ‘대화’, ‘오해’가 아닌 ‘이해’를 위해 상호 경청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