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 관계자가 외국 언론에 1급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체포됐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내의 비판 여론을 돌려놓기 위해 기밀을 고의로 흘린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실의 공보 보좌관인 엘리 펠트스타인은 독일 신문 ‘빌트’에 1급 군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체포돼 다른 3명의 공범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도시 리숀레지온의 치안법원은 이날 펠트스타인이 기밀을 유출한 동기는 지난 8월 말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살해된 사건 이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대중의 압력과 비판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펠트스타인은 지난 4월 이스라엘방위군(IDF) 예비군 장교로부터 기밀 문서를 받았다. 그는 이 기밀 문서를 간직하고 있다가 9월 초에 빌트에 보도되게 했다.
보도 직전인 8월 말 이스라엘군이 점령한 가자지구의 터널 속에서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일로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응하지 않는 바람에 인질들을 희생시켰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전국적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빌트는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인질 석방을 포함한 휴전 협상에 합의하기를 꺼린다고 보도했다. 또 하마스가 인질들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해 심리전을 펼칠 전략을 세웠고,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대중의 압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은 빌트 보도가 인질 살해 사건과 그에 따른 반정부 시위 직후에 나온 점에 주목하면서 펠트스타인의 행동은 대중의 담론을 바꾸고 비난의 손가락을 (신와르에게) 돌리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펠트스타인은 처음에는 이 기밀 문서를 이스라엘 언론에 공개하려고 했지만 검열 때문에 보도가 차단되자 외국 언론을 접촉했다. 빌트에 기사가 나온 후에는 이스라엘 기자들에게 이 기사를 받아쓰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이 기사의 출처가 된 기밀 문서의 진위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펠트스타인은 이날 구속이 연장됐고 다음 주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그에게 기밀 서류를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는 IDF 예비군 장교도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