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눈동자 색 바꾸는 수술 인기… 시력상실 위험

입력 2024-11-19 00:01
각막색소침착술을 받은 환자. 알렉산더 모브쇼비치 병원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눈동자 색을 바꾸는 각막색소침착술이 인기를 끌며 안전성에 대한 전문의들의 우려가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많은 환자가 외모 개선 등 다양한 이유로 이 수술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 자신감이 있어 보이거나 가족과 같은 눈동자 색깔을 갖고 싶어서 수술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가 사례로 전한 뉴저지주 부동산 중개인 제이슨 히메네즈(39)는 지난달 이 수술로 갈색이었던 눈동자를 밝은 회색으로 바꿨다.

담당 의사 알렉산더 모브쇼비치는 레이저로 그의 각막 가장 바깥쪽 투명한 층에 도넛 모양의 터널을 만들고 색소를 채웠다.

수술은 약 30분 만에 끝났다. 수술 후에는 원래 눈동자 색으로 돌아갈 수 없다.

히메네즈는 WSJ에 “사람들은 치아를 치료하고 임플란트를 하고 보톡스를 맞는다”며 “만약 그게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더 나아 보이게 하는 것이라면 왜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러시아 출신 안과의사 모브쇼비치는 미국에서 의료 목적이 아닌 경우에도 이 수술을 집도한 첫 의사다.

그는 2019년 뉴욕 맨해튼에 병원을 열었다. 올해 약 400명을 치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술 비용은 건당 1만2000달러(약 1670만원)로 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각막색소침착술로 불리는 이 수술은 당초 감염이나 외상으로 각막이나 홍채가 손상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치료 목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2010년대 들어 유럽에서 미용 목적으로 실험적 수술이 이뤄졌다.

의료계에선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에게 이 수술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각막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시술에 따르는 이점이 위험보다 클 수 있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렇게 볼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2021년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미용 목적으로 각막색소침착술을 받은 환자 40명 중 12명이 일시적 광과민성을 호소했다. 5명은 색소가 희미해지거나 색이 변했다고 답했다.

과거 라식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은 환자 한 명은 각막이 얇아지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경험했다.

미국안과학회는 지난 1월 미용 목적 각막색소침착술이 ‘시력 상실의 심각한 위험’과 광과민성 또는 진균 감염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눈동자를 밝게 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처방받은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학회는 설명했다.

박상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