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에서 전해 온 전도 이야기(23) 나룻배 타고 실종된 집사님, 7일 만에 살아 돌아오다

입력 2024-11-18 15:58 수정 2024-11-18 18:14

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김상유 집사님은 젊은 시절에 힘이 장사였다고 합니다. 한 가마니에 80㎏이나 되는 쌀을 3가마니나 번쩍 지고 다녔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무거운 짐은 모두 집사님이 해결하셨는데 육체도 강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보통 사람들과 다른 강인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43년 전 바람 한 점 없는 어느 화창한 날, 당시 대부분 어부가 소유하고 있던 노 젓는 나룻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순식간에 불어닥친 불바람에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집사님은 소양강 처녀 뱃사공이 타던 종류의 배를 타고 나갔다가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파도는 무섭게 바위를 내리쳤고 일기예보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남편 어부들이 잡아온 고기를 부인들은 힘들게 말리고 뒷처리를 합니다. 그런 데도 아내들은 좋은 소리 한번 못 듣는 일이 많습니다. 어부 아내들은 그래서 예수 믿고 하나님의 큰 위로를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날짜는 흘러가는데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김 집사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대개 이틀 안에 못 돌아오면 100% 돌아가신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초겨울 차가운 바다에서 배고픔과 목마름과 죽음의 공포를 견디면서 무려 7일간 정처 없이 떠내려가다가 제주 끝 바다에서 해군에 발견돼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돌아오셨습니다.

김 집사님이 만약 해군에 발견되지 않았다면 일본으로 떠내려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큰 파도에 가랑잎 같은 나룻배는 풍전등화, 백척간두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 안에 타고 있는 한 생명을 살려내시려는 하나님의 갚을 수 없는 은혜의 힘은 그를 살아서 돌아오시게 한 것입니다. 김 집사님은 그렇게 귀항한 후에도 이전에 즐기던 술을 드시고 가족을 사랑하지 못했던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고 고백하십니다. 갈릴리 어부들이 3년간 주님을 따라다녔지만 변화되지 못했던 것처럼 집사님도 교회에 오셔서 은혜받기 전에는 돌 같은 마음이 변화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나이 들어 연로한 몸이지만 집사님은 그렇게 좋아하시던 술을 완전히 끊으시고 늘 교회 중심의 생활을 습관화하셨고 확고한 의지력으로 수요일과 일요일은 모든 일에 우선순위로 예배당에 오시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강한 실천력과 결단력은 평생을 함께 살며 보아왔던 이웃들에게도 본이 되고 계십니다.

남들보다 텃밭을 많이 가지고 계신 집사님 내외분은 온갖 종류의 곡식과 채소를 기르십니다. 늙으신 부부가 많은 일을 하시는 이유는 육지에 사는 자녀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저 마음을 만분의 일만 알아도 효자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섬마을을 품고 기도하며 복음 들고 가는 저는 행복한 목사입니다. 어부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손을 들어 기도해 봅니다.

집사님께서 은혜를 받으니 제일 먼저 달라진 것은 부인되시는 권사님 의견을 거의 수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절대로 용납 안 되는 절대 독재 생활에서 이제는 성령님께서 집사님을 너그러운 성품으로 만들어 가시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어부들을 전도하는 제게는 주님 앞에 돌아오면 세상 모든 죄인을 변화시키던 주님의 뜻이 이곳 낙도에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에 감격하며 한 영혼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려고 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나룻배에 실려 7일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어떤 과학과 이론을 앞세워도 도무지 성립되지 못하는 기적을 체험하신 집사님입니다. 그런 분이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또 작은 섬 교회의 기둥으로 섬기시는 모습을 통해 무서운 공포에 떨었던 집사님을 살려주신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으로 복음 전하러 갑니다. 비록 주께 드릴 열매는 초라하지만 십자가를 붙들어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