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또 한 편의 감동 드라마가 펼쳐졌다.
주인공은 무명의 세라파엘 캄포스(푸에르토리코)다. 캄포스는 18일(한국시간) 버뮤다의 포트 로열 골프코스(파71·6828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버터필드 버뮤다 챔피언십(총상금 690만달러)에서 우승했다.
마지막날 3언더파 69타를 친 캄포스는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를 기록해 앤드루 노바크(미국)의 추격을 3타 차 2위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24만2000달러(약 17억3000만 원)를 획득했다.
캄포스의 우승이 감동적인 건 그가 아빠가 된 지 6일 만에 생애 첫 우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캄포스의 아내 스테파니는 지난 12일에 첫 딸 파올라를 출산했다.
캄포스는 아내의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으나 아내의 적극적 내조로 출전하게 됐다. 스테파니는 남편의 출전을 위해 유도분만을 택했고 첫 딸이 태어난 것을 본 캄포스는 그제서야 대회장으로 출발, 티오프 불과 몇 시간 전에 대회장 도착했다.
캄포스가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낸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 대회 전까지 페덱스컵 순위 125위 밖에 머물러 2025시즌 PGA 투어 시드 확보가 불투명했던 캄포스는 가족의 힘으로 우승하면서 향후 2년간 안정적으로 PGA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이 PGA투어서 우승한 것은 치치 로드리게스가 1979년 4월 투어 8승째를 거둔 이후 45년 만이다. 캄포스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는 두 번째 PGA투어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다.
캄포스는 “내 생애 최고의 한 주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최근 몇 년간 부진했는데 이렇게 좋은 일이 한꺼번에 생겨 평생의 꿈을 이룬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현(26·신한금융그룹)은 1타를 잃어 공동 42위(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 노승열(33·지벤트)은 무려 6타를 잃어 공동 62위(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성현의 페덱스컵 랭킹은 종전 127위에서 130위로 3계단 밀렸다. 노승열은 지난주와 변동없이 178위에 자리해 내년 투어 카드 획득에 적신호가 켜졌다.
PGA투어는 페덱스컵 랭킹 상위 125명에게 2025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준다. PGA투어 2024시즌 최종전은 오는 21일 개막하는 RSM 클래식이다. 김성현과 노승열은 최종전에서 사활을 건 일전을 치러야 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