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대통령처럼 행동” 머스크, 벌써부터 월권 논란

입력 2024-11-18 07:52 수정 2024-11-18 08:1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16일(현지시간) 맥도날드 햄버거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 인스타그램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수장으로 임명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벌써부터 ‘월권’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머스크가 재무장관 후보로 특정 인사를 공개 지지하자,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는 머스크가 선을 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퍼스트 버디(first buddy·1호 친구)가 된 머스크가 경제 정책과 주요 내각 인선에 대해 공개적으로 트럼프에게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머스크가 트럼프의 측근들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단은 머스크의 재무장관 후보 공개 지지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를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러트닉은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와 재무장관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머스크가 러트닉을 공개 지지한 것이다.

머스크는 베센트에 대해선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라며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은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기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팔로워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머스크의 팔로워는 2억5000만여명이다.

트럼프가 재무장관 지명을 두고 고민하는 와중에 머스크가 먼저 나서 특정 후보 지명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두 후보 사이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트럼프가 ‘제 3의 후보’를 재무장관에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머스크의 러트닉 공개 지지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와 정책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두고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는 혼란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의 한 측근은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co-president)’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고 우려했다.

머스크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관세 인하 결정을 공개 칭찬한 것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머스크는 밀레이의 ‘수입세 인하’ 정책에 대해 “좋은 조치”라고 칭찬하는 글을 엑스에 올렸다. 트럼프가 보편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밀레이의 관세 인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역시 트럼프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대선 이후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트럼프의 가족들과 함께 골프장을 찾았고, 트럼프의 손녀 카이는 머스크 사진을 올리고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머스크는 전날에도 트럼프, 러트닉과 함께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대회를 관람했다.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에서 머스크는 트럼프 바로 옆에 앉아 맥도날드 햄버거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