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엔 10~49% 상승… 삼전 ‘10조 자사주’ 주가 팍 오를까

입력 2024-11-17 17:57 수정 2024-11-17 20:53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자 시장은 7년 전 자사주 매입‧소각 사례를 분석하며 주가 상승 폭을 가늠해보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매입 시점부터 소각 때까지 약 10%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주환원책을 반기면서도 더 확실하고 다양한 주가 부양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한 것은 2017~2018년으로 7년 전이다. 2017년 1월 24일 주당 190만8000원(액면분할 시 3만816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약 10개월 뒤인 2017년 11월 1일 286만1000원(액면분할 시 5만7220원)으로 49.94%나 급등했다. 다만 그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기 시작한 주가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종료된 2018년 11월 30일 4만1850원을 기록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하면 자사주 매입·소각 효과는 9.66% 상승에 그친다.

다만 당시 주가 상승은 자사주 매입·소각보다 실적 영향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7~2018년 2년 연속 최고 실적을 경신하다 2019년부터 반도체 업황 둔화로 실적 상승세가 꺾였다. 이에 자사주 매입·소각이 투자심리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적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통해 향후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이달 18일부터 2월 27일까지 석 달 동안은 3조원어치를 매입하고 소각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나머지 7조원 규모는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다시 논의해 결정한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저점인 만큼 7년 전보다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장에서는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가) 너무 늦었다. 올해 안에 자사주 10조원을 모두 매입해 즉시 소각하길 권한다”며 동시에 “미국 애플처럼 배당 외 시총의 3~4%에 해당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만 30% 넘게 폭락하면서 개인투자자의 고통이 임계점에 이른 상황이다. 개인은 올해만 삼성전자 주식 11조23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매입할 10조원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활용할 것으로 본다. 3분기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3조7765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86조8400억원이다. 전장 사업 자회사인 하만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M&A) 없이 현금을 쌓아둔 덕분이다. 재계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함께 대형 M&A 소식을 추가로 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의 주가 하락이 반도체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이 약화한 탓이라는 진단 아래 초격차 기술 회복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말 출시 예정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통해 기술 우위를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주가 상승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는 만큼 차기 제품 개발에 총력을 다해 기술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전성필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