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매매까지…잇따른 성비위에 트럼프 ‘충성파 내각’ 제동

입력 2024-11-17 17:57
미국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AP연합뉴스

측근으로 구성된 ‘충성파 내각’을 구성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맷 게이츠 법무부 장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의 과거 성 비위가 재조명되면서 공화당 내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16일(현지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여당이자 연방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서 게이츠 지명자 인준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장관 등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가 임명되려면 상원의 인사청문회와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한다. 내년 1월 개원하는 연방 상원은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8석 차지해 3표 이상의 반란표만 나오지 않는다면 트럼프 당선인 지명대로 임명될 수 있다.

미국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 사이에서도 게이츠 지명자 인준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52명 중 약 30명이 게이츠의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부정적 분위기 확산은 게이츠의 2020년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의 영향으로 보인다. 게이츠는 17세 고등학생과 성매매 거래를 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같은 혐의를 받았던 지역구의 측근은 11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게이츠는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됐다.

당시 하원 윤리위는 게이츠와 성매매 거래를 한 여성의 증언을 직접 청취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게이츠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하원 의원직에서 사퇴하면서 윤리위 조사는 자동으로 종료됐다.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로이터연합뉴스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헤그세스도 성폭력 조사를 받은 후 비공개로 합의해 사건이 종결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2017년 공화당 여성 당원 모임에서 연사 자격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설 5일 후 한 여성이 헤그세스를 성폭력 혐의로 신고했고, 이 여성은 헤그세스와 이 사건에 대해 비공개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헤그세스 측은 성 비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헤그세스의 변호인 팀 팰러토어는 “당시 경찰이 철저하게 조사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밝혔다. 헤그세스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 합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에는 “숨기고 있는 잘못은 없다”고 했다.

헤그세스는 이전에 작성한 글이나 온라인 활동, 몸에 새긴 문신 등으로 인해 자질 논란까지 제기된 상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헤그세스의 글, 온라인 활동 등을 볼 때 그가 우파 기독교 문화, 정치적 극단주의, 폭력적 사상 등에 빠져있다는 극단주의 연구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지명자 몸 곳곳에 새겨진 기독교 극단주의 문구. 정치학자 모니카 마크스 엑스 캡처

헤그세스가 몸에 새긴 문신이 극단주의적 신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팔에 새겨진 ‘데우스 불트'(Deus Vult)’는 ‘하나님의 뜻’이란 의미로 중세 십자군 전쟁을 시작할 때 사용된 구호다. 어깨 아래쪽에는 미국 건국 당시의 첫 성조기인 별 13개짜리 성조기와 무기 모양의 문신도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AP통신은 이같은 문신이 과거 헤그세스의 군 복무 당시에도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헤그세스 또한 자신이 워싱턴 주 방위군으로 복무하던 당시 극단주의자로 분류됐고 문신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때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