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공대생 후보가 의대생 후보를 누르고 압승했다. 득표수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 휴학과 시위 등이 이어진 상황에서 의대생이 학교를 대표하는 것에 대한 학생들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5일간 진행된 제64대 총학생회장 투표 결과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21학번 김민규(23)씨가 5445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득표율은 64.84%였다. 의대생 후보 이강준(24)씨의 득표수(2814표)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김씨는 “수적 열세에도 함께 공약을 밤새 고민하고 함께 뛰어준 선거본부 팀원들 덕”이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배달존 설치, 과일특판 사업 등 학내 생활 밀착형 공약들을 실현하겠다”며 “이와 더불어 스타트업이나 구청 등 외부 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해 서울대가 다양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서울대 총학 선거는 2018년 11월 이후 6년 만에 성사된 본투표였다. 서울대 총학 선거는 1차 본투표에서 투표율 50%를 넘긴 상태에서 승리해야 당선이 인정된다. 투표율이 50%에 못 미치면 5일간 연장투표를 하고, 그래도 50%를 넘지 못하면 선거가 무산된다. 2022년과 2023년엔 연장투표 끝에 회장을 뽑았고, 2020년도와 2021년도, 2024년도는 투표율 저조로 선거가 무산됐다.
이번 총학 선거 투표율은 50.15%로 지난해 투표율(24.4%)에서 2배가량 뛰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과 이에 따른 의대생들의 반발, 의대생 후보 출마에 따른 논란이 커지면서 투표율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초반엔 선거본부 추천인 수를 2배 이상 확보한 의대생 이씨 측이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이씨는 올해 서울대 총학생회 대행 격인 단과대연석회의에서 활동하며 군대 e러닝 강좌 증설 등 각종 학내 정책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과거 이씨의 의대 증원 반대단체 활동 경력이 알려지며 판세가 바뀌었다. 이씨가 서울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장으로 활동한 이력을 선거 후보 경력 사항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졌다.
이후 학내에선 의대생이 총학생회장이 되면 총학 명의로 의대 증원 관련 입장문이 나갈 수 있다는 식의 우려가 증폭됐고, 결국 비의대생인 김씨가 승리하게 됐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이번 총학 선거는 의대 이슈에 대한 학생들의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라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