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주일 헌금 냈는데 다시 돌려준다?” 남양주참빛교회의 풍성한 가을

입력 2024-11-17 15:27 수정 2024-11-17 15:50
김태양(왼쪽) 목사를 비롯한 남양주참빛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연말 경기도 남양주 교회에서 인근 병원 환우들에게 전달할 선물을 포장하고 있다. 남양주참빛교회 제공


경기도 남양주참빛교회(김태양 목사) 성도들은 추수감사주일이 다가오면 고민에 빠진다.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남양주참빛교회는 추수감사주일 헌금이 모이면 성도 수만큼 n분의 1로 나눠 다시 돌려준다. 성도 개개인이 직접 헌금을 사용할 곳을 찾아 실천에 옮긴다. 개척 초기부터 추수감사주일 성탄주일 부활주일 등 절기마다 해온 전통 ‘참빛헌금’이다.

김태양(52) 목사는 1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성도가 헌금만 내고 이후 일은 교회가 알아서 하도록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는 취지”라며 “성도들이 내 옆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도움의 손길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도들이 아이디어를 내니 이웃을 돕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중학생 아이는 양말과 장갑을 포장해 아파트 경비원에게 전달했다. 장사가 안되는 지역 식당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고 치료비가 없어 고민하는 동료를 위해서도 사용했다. 이웃을 도운 성도들은 헌금 봉투에 사용 내용을 자세히 적어낸다. 예배 시간에 함께 읽으며 서로 격려하고 기도한다.

남양주참빛교회 성도들이 절기 헌금으로 이웃을 도운 내용을 적어 낸 '참빛헌금' 봉투. 남양주참빛교회 제공


양민우(49) 집사는 지난해 추수감사주일을 떠올렸다.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찾아간 것이다. 양 집사는 “출근 시간대에 마주치는 어르신 부부가 자꾸 눈에 밟혔다”면서 “혹시 기분 나빠하실까 봐 ‘날씨가 추워지는데 음료수라도 사드시라’며 조심히 드렸는데 너무 기쁘게 받으셔서 내 마음이 더 따뜻해졌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참빛교회는 성도 수가 3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교회다. 추수감사주일 헌금을 모아 나누면 많게는 5만원, 적게는 2~3만원 정도가 된다. 성도들은 사비를 더하거나 다른 성도의 나눔에 보태기도 한다. 올해는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겨울 점퍼를 선물하기로 한 홍경원(52) 사모의 나눔에 성도들이 동참했다.

홍 사모는 “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아이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낸 아이디어”라며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줘서 더 많은 아이에게 더 좋은 점퍼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음 달 성탄 주일에도 참빛헌금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말마다 했던 병원 환우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사역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성도들이 각자가 하나의 교회로서 어떤 선한 영향력을 지역에 끼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