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지 한참 돼서 교복이 없는데요.”
“스쿨룩도 괜찮습니다!”
검은 바지에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흰 셔츠, 그 위엔 남색 카디건을 입고 현장으로 향하는 길. 16일 서울 종로5가역 인근엔 교복을 입은 진짜 학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대 학생들로 만원이 된 종로 08번 마을버스가 15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종로구 경신고 앞. 버스에서 내린 청소년들은 경쟁하듯 언덕길을 올라 학교 언더우드기념관 문을 열었다.
학생들은 ‘WELOVER’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네모난 명찰을 하나씩 챙긴 뒤 4층으로 향했다. 마룻바닥 위에 농구 골대 6대가 설치된 체육관이었다. 학생들은 강당 가운데 놓인 무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찬양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이날 체육관에선 찬양사역팀 위러브(WELOVE)의 새 앨범이 녹음됐다. 앨범 실황 녹음 현장에 초청된 참석자는 총 800명. 전부 13~18세 중·고등학생이었다. 위러브 이창희 공동대표는 “다음세대 집회에 청년과 교사가 함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오늘은 10대만을 위한 찬양과 말씀 시간”이라고 말했다. 녹음엔 찬양팀부터 방송팀 스탭까지 모두가 교복을 입고 참여했다.
현장에서 이색적인 풍경은 장소와 복장뿐만이 아니었다. 누군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은 일사불란하게 힙합을 듣듯 팔을 위아래로 흔들거나,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찬양했다. 스마트폰을 번쩍 든 채 눈을 감고 찬양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가슴에 손을 얹거나 두 팔을 벌린 채 주님을 찾는 등 기성세대에 익숙한 찬양 모습도 보였다.
‘창조’를 주제로 한 위러브 새 앨범엔 ‘눈부신 주의 이름’ ‘보시기에 참 좋았더라’ ‘사친다노’ ‘해바라기’ ‘If It’s You’ ‘When Do I Feel Alive’ 등 신곡이 포함됐다. 이날 무대엔 래퍼 아넌 딜라이트와 크리스천 댄스 크루 마피(MAPI)도 깜짝등장해 찬양과 무대를 빛냈다. 찬양 중간중간엔 메시지도 전해졌는데 위러브 이성형 목사는 사도행전 17장 24~25절을 가지고 이렇게 설교했다. 하나님은 결핍이 있어서 사람을 창조하신 게 아니라고. 십자가에 죽기까지 우릴 사랑하시는 하나님만이 우리의 모든 결핍을 채우실 수 있다고.
“찬양의 열기 모두 끝나면 주 앞에 나와/ 더욱 진실한 예배드리네 주님을 향한.”
앨범 녹음 모임은 CCM ‘마음의 예배’로 마무리됐다. 위러브 박은총 공동대표는 “오늘 모임이 기쁨의 감정만 남는 시간이 되진 않길 바란다”며 “우리 모두 삶의 예배자로 살아가자”고 권면했다.
참석 학생들도 믿음의 삶을 다짐했다. 배재고 3학년인 이주혁(18)군은 “오늘 찬양 현장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첫 신앙 모임”이라며 “공부에만 쏠려 있던 삶의 스위치를 신앙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주혁군을 따라왔다는 최현겸(18)군 역시 “모태신앙이었지만 중학교 때부턴 주일마다 거의 학원에 있었다”며 “찬양과 말씀을 통해 잃어버린 신앙을 회복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녹화·녹음된 앨범 영상과 음원은 다음 달에서 내년 1월 중, 위러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