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 겨울은 처음이지’, 외국인의 따뜻한 겨울 위해 사역 채비한다

입력 2024-11-17 14:10 수정 2024-11-17 15:33
승리다문화교회 교인이 지난 3일 열린 다문화나눔바자회에서 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승리다문화교회 제공

‘모든 물건 5개 2000원.’

의류부터 그릇, 전자제품까지 어느 것을 골라도 이 가격이다. 경기도 고양 승리다문화교회(안심원 목사)가 매주 일요일 여는 ‘이레마켓’에 언제나 손님이 북적이는 이유다. 14일 이상희(52) 권사가 선두로 나서 안내해준 이레마켓은 10평(약 33㎡)이 안 되는 공간이었지만 간판부터 탈의실까지 구색을 갖춘 가게였다. ‘여호와 이레(미리 준비하시는 하나님)’라는 뜻을 가진 이레마켓은 모든 물건이 기부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상설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물품이 끊이지 않고 채워지고 있다.

교인 중에서는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입국한 이들이 많다. 한국 겨울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주민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교회에 왔다가 겨울옷 한 벌을 맞추고 나간다는 것이다. 또 한국에서 단기간 살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값비싼 겨울 의류가 부담되기 마련이다. 캄보디아에서 온 잔 라타낙(33)씨는 “처음엔 시장에서 소통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이곳에는 교인들의 도움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도 설명을 듣는 것도 가능했다”며 “겨울 외투나 전자제품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상태 좋은 제품을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교인들이 승리다문화교회 이레마켓에서 지난 10일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승리다문화교회 제공

이레마켓이 한국에 있는 다문화 교인들을 섬기기도 하지만 이주민들의 본국으로 그 섬김이 확대된다. 김현정(54) 권사는 “이주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이곳에서 새 상품으로 들어오는 물건을 사가기도 한다”며 “한번은 필리핀으로 돌아가는 성도가 다섯 살 딸아이에게 줄 신발을 찾는다는 말에 교회에서 이곳저곳에서 기부해줄 분을 수소문해 구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지역 사회로 나눔을 확대하기 위해 교회 앞 주차장에서 고양시 31개 아동센터와 협력해 ‘제2회 다문화나눔바자회’를 열었다.

유학생과 대학청년이 지난 14일 성복중앙교회에서 새벽만나를 배식하고 있다.

교인들이 타지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에게 매일 구첩반상의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교회도 있다.

14일 고려대 사범대 맞은편 서울 성북구 성복중앙교회(길성운 목사) 앞에는 ‘지역 청년과 유학생을 위한 무료 아침 식사’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14일 오전 7시30분이 되자 가벼운 차림의 대학생, 유학생들이 식판을 들었다. 일 평균 식사 이용자는 70~80명이다.

이날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유학 온 아레 프랭클린(42)씨도 이곳에서 아침밥을 해결했다. 환경생태공학과를 전공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 9월부터 학교 가기 전 매일 이곳을 출석하고 있다. 기숙사에 살고 있다는 프랭클린씨는 “아침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이 벌어진 지 물었다”며 “그곳이 교회라는 것을,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기뻤다”고 말했다.

김희정(62) 권사는 새벽 만나 사역에 13년째 참여 중이다. 김 권사는 청년과 유학생을 섬기기 위해 저녁 7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3시에 기상하는 생활방식으로 바뀌었다. 그가 10년 넘게 새벽 3시에 눈을 뜨면서도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는 ‘씨 뿌리는 사람’이라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김 권사는 지난 주말 교회를 찾아온 청년 이야기를 전했다.

10년 전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1년간 이곳에서 무료 식사를 했던 청년은 4년 전 인격적 하나님을 만나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길성운 목사는 “이곳에서 식사하는 이들 대부분은 유학생, 대학생이다. 이들이 졸업하고 취업하면 이곳을 떠나기 때문에 결실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며 “보이지 않아도 열매 맺고 있음을 알기에 전도가 아닌 섬김으로 사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