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습격’ 골머리인 日, 엽사들 “더는 못 해”… 왜?

입력 2024-11-17 12:28
연합뉴스

일본에서 민가에 출몰한 곰이 주민을 습격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는 가운데 엽사들이 곰 포획에 나서지 않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 곰으로 인한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아키타현 가즈노시의 한 숲에서 죽순을 채취하러 갔던 60대 남성이 곰에게 습격당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시신을 옮기던 경찰관 2명도 곰의 공격으로 얼굴이 크게 훼손됐다.

곰이 출몰하면 엽사가 현장에서 경찰관 입회하에 곰을 쫓아내거나 포획하는 ‘구제(駆除)’ 활동에 나선다. 일본 엽우회는 수렵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입회할 수 있는 단체로 시·읍·면을 단위로 하는 지부가 있다. 곰이 주택지 근처에 출몰했을 때나 가축이 피해를 입었을 때 엽우회 소속 엽사가 지자체의 요청을 받고 현장에 나간다.

그러나 올해 각 지방자치단체와 엽우회 사이의 불화가 이슈가 됐다. 지난 16일 현대 비즈니스는 지역 엽우회의 한 베테랑 엽사 A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A씨는 지자체 소속도 아닌 민간인 엽사들에게 곰 구제에 대한 지나친 부담과 책임감을 가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 매체에 “단순히 수당이 적다고 엽사들이 떼를 쓰는 게 아니다. 의뢰하는 측의 의식의 문제”라며 “엽우회는 어디까지나 민간인의 모임이지 경찰이나 관공서의 하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애초에 우리는 자신들의 취미를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사냥 면허를 딴 것이지 유해동물을 구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곰을 발견하면) 한 방에 해치우겠다는 강한 각오가 필요하다. 긴장해서 방아쇠를 조이는 손끝도 떨린다”고 부연했다.

A씨는 구제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엽우회의 탓으로 몰아가는 것이 엽사들의 동기 부여를 저하시킨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곰 피해가 많은 홋카이도에서는 엽우회가 앞으로 곰으로 인한 피해 구제 요청에 응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엽사와 지자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이는 2018년 한 엽사가 곰을 구제하는 과정에서 총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발단이 됐다. 검찰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나 홋카이도 공안위원회가 이를 총도법 위반으로 인정하고 총소지 허가를 취소했다.

해당 엽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홋카이도 고등재판소에서 열린 2심 재판에서 그의 주장이 기각됐다.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공안위원회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불곰을 구제해 달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만으로 면허 취소라니 너무 바보 같다” “사냥꾼 덕분에 보호받는 줄도 모르고” “바보 같은 공안위원회가 이제 스스로 곰을 처리하면 되겠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엽사에게 지급되는 구제 수당이 너무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목숨을 걸고 곰과 대치하는 것에 비해 수당이 적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플래시에 따르면 홋카이도의 한 마을은 올해 5월까지 기본 일당 4800엔(약 4만3000원), 출몰지 주변 탐색 등에 대한 수당 3700엔(약 3만3000원)을 지급했다. 곰을 포획한 경우 수당은 2만엔(약 18만원)이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