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말고 모두가 돌봄사역 주체로…” 기독상담·교회 역할 모색

입력 2024-11-17 10:58 수정 2024-11-18 16:51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크고 작은 심리 문제를 호소하는 현대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교회가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까지 주체가 되어 돌봄에 참여하는 등 저변 문화 확대가 절실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목회상담협회(회장 정푸름),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학회장 조영진),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이사장 김기철) 등 3개 기독 상담 기관이 16일 서울 이화여대 대학교회에서 개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다. 세 기관은 이날 ‘돌봄사회의 부름과 목회·기독 상담의 응답’이라는 주제로 머리를 맞댔으며, 400명이 참석했다.

발제자인 평택대 김수영 교수는 포항제일교회의 돌봄 사역자 양성 사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목사인 김 교수는 이 교회의 사모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교회 내 상담실 운영하면 좋겠지만 이는 중대형 교회의 집중돼 있고 개 교회가 각자 상담실 운영하는 것은 재정 등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개인의 어려움에 동행하며 신음을 경청하며 공감해주는 돌봄이 필요하며, 이런 문화가 교회에 뿌리내리는 것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제일교회는 돌봄 훈련을 받은 평신도가 목회자 등 교역자가 수행하는 돌봄을 나누어 수행할 수 있게 했다. ‘케어링’이라고 불리는 6주 과정을 통해 평신도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돌봄을 이해하고 실습한다. 2021년 현재까지 100명이 넘게 이 과정을 이수했다. 교회는 돌봄 문화 정착을 위해 장로 안수집사 권사 등 중직자에 대한 케어링 필수 이수 과정으로 정했다. 김 교수는 “케어링은 남을 돌보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나를 돌본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어 반응이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평택대 김수영 교수가 16일 이화여대 대학교회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목회상담협회 제공



교회 등 공동체가 제공할 수 있는 관계의 중요성에 여러 차례 주목됐다.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의 경험이 있던 조기현 ‘n인분(돌봄청년 커뮤니티)’ 대표의 발표 후 한 질문자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영케어러의 발굴에 대한 어려움, 해결 방안에 대한 질문했다. 조 작가는 “눈에 띄는 신호가 없더라도 그들이 보내는 약한 신호를 감지하고, 위급상황에서 연락할 수 있도록 평소 관계를 맺어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비스 이전에 관계가 먼저이다. 그런 관계를 쌓기 위해 정기적으로 찾아가고 문자로 관련 정보를 보내는 등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기현 ‘n인분’ 대표가 16일 이화여대 대학교회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목회상담협회 제공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인 라이프호프의 상임이사이며 도림감리교회를 이끄는 장진원 목사는 교회가 자살유가족과 함께하는 그간의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다. 장 목사는 “교회에 말하지 못하고, 올바른 애도 과정을 겪지 못한 수많은 크리스천 유가족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목회적 돌봄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사역이 시작됐다. 유가족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또 하나님의 자녀로서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예배나 성경공부, 문화나 공동체 활동 등을 통해 함께 치유하려 노력한다”며 교회들이 생명을 구하는 다리의 역할이 되길 소망했다.

도림감리교회를 이끄는 장진원 목사. 한국목회상담협회 제공


이날 행사에는 기독교 기반으로 활동하는 상담 전문 신진학자들의 발표도 있어 의미를 더했다. 백석대 현상규 교수는 “우리는 모두 하나님이 부여하신 영혼의 돌봄이라는 부르심을 받은 자로서의 앞으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한국목회상담협회(회장 정푸름),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학회장 조영진), 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이사장 김기철) 등 3개 기독 상담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 참석자 모습. 한국목회상담협회 제공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