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전자’에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 158억원 규모

입력 2024-11-17 07:43 수정 2024-11-17 13:11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이라는 주가 부양 카드를 꺼낸 가운데 올해 삼성전자 임원들도 자사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에서 등기임원인 사내외 이사와 미등기임원 등 임원 총 60명이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통틀어 총 23만2386주, 금액으로 총 157억7705만원어치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사업부 수장들이 앞장서서 자사주를 매입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9월 5일 삼성전자 보통주 1만주를 주당 7만39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총 7억3900만원 규모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한 부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1만5000주에서 2만5000주로 늘었다.

올해 새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맡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도 취임 후 자사주를 총 6억8950만원어치 사들였다.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13일 주당 7만5200원에 5000주를, 이어 9월 25일 주당 6만2700원에 5000주를 각각 장내에서 매수했다. 현재 전 부회장은 자사주를 총 1만7000주 보유하고 있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총 10억1500만원어치를 취득했다. 올해 매입 금액으로는 삼성전자 사장단 중 1위다. 그는 6월 3일 주당 7만3500원에 5000주, 9월 9일 주당 6만9500원에 5000주, 10월 11일 주당 6만원에 5000주를 각각 장내에서 사들였다.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는 총 2만8000주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7월 11일 장중에 연고점인 8만8800원을 찍은 이후 실적 부진 등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 14일에는 4만9900원으로 마감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6월 15일(종가 4만9900원) 이후 4년5개월 만에 ‘4만 전자’로 밀려났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연고점 대비 4개월여 만에 44% 급락하면서 시가총액도 300조원이 무너져 시장에 충격을 줬다. 통상 주가가 부진할 때 임원들이 자사주를 연이어 사들이면 주가가 바닥이라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보통주 기준 올해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평균 매수 단가는 주당 6만8457원으로, 지난 15일 종가 5만3500원보다 28%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주가가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자 결국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

지난 15일 장 마감 후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원 규모 자사주를 향후 1년 이내에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에도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끌어올린 사례가 있었다. 2017년 1월 삼성전자는 9조30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당시 3만8060원이던 주가는 같은 해 11월 1일 5만7220원으로 50% 급등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