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결한 야당과 보수단체…‘김건희 특검 촉구’ vs ‘이재명 구속’

입력 2024-11-16 21:54 수정 2024-11-16 22:55

비가 내린 16일 오후 야당과 시민단체가 서울 광화문에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보수단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5당 등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시위를 열었다. 야권 주도로 주말 장외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3주째다. 경찰은 집회에 약 2만5000명이 모인 것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명태균 논란으로 대표되는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 아울러 전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 결과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는 이날 집회에 참석해 “결코 죽지 않는다”며 “이제 국민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 자리를 당당하게 되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나온 첫 공식 발언이다.

이 대표는 “이 나라의 주인은 윤석열·김건희·명태균으로 바뀐 것 같다”며 “이제 국민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주인 자리를 당당하게 되찾아야 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그들이 즐겁게 황제골프 치는 돈조차도 우리가 새벽 일찍 만원버스 타고 나가 피땀 흘려 번 돈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자”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 선고는 헌법정신과 민주주의가 무너진 것”이라며 “주가조작, 여론조작, 공천개입, 국정농단 등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대통령이 권력을 오로지 자신의 범죄 혐의를 감추는데 쓰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사법 정의를 바로 세워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자”고 강조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파란색 우비 등을 입고 집회에 동참했다. 이들은 ‘윤석열을 규탄한다’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초등학생 아들 둘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박모(41)씨는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에 화가 난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며 “이런 집회를 보여줄 기회가 흔치 않아서 같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야당 주최 집회가 끝난 이후에는 시민단체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의 시민행진에 합류했다. 참가자들은 광화문에서 명동역까지 약 2㎞ 거리를 행진하며 윤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경찰은 시민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교통경찰 180여명을 배치했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서 진행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행진을 본 외국인 관광객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다. 윤예솔 기자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열렸다. 민주당 집회 현장에서 약 600m 떨어진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와 자유통일당 등이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과 관련해 “우리가 이겼다” “이재명을 감옥으로”라고 외쳤다.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야3당 집회와 연합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방향으로 행진했다. 다만 서울시청 인근을 지날 때는 자유통일당 집회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무교로로 우회했다. 이 행진으로 인해 세종대로 양방향 통행이 한동안 정체되기도 했다.

경찰은 보수 집회와 진보 집회 사이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충돌을 사전에 예방했다. 실제로 집회 과정에서 양 진영사이에 고성은 오갔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집회에서 연행된 사람은 없고, 비교적 안전하게 집회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리암(25)씨는 “웃으며 행진하는 걸 보고 축제를 하는줄 알았다”며 “집회가 안전하게 이뤄지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