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새벽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금성호 침몰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많은 어획량이 거론되는 가운데 현행법상 일정 크기 이하 어선에는 적재 규정이 별도로 없어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5t 이상 어선의 선장 등에게 나눠주는 ‘어획물적재가이드’를 통해 각 어선의 어획량이나 그물 등의 총 적정 적재량을 고지하고 있다. 또 어선법은 길이 24m 이상 어선 및 최대 승선 인원 13명 이상인 낚시 어선에 대해선 복원성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크기나 인원 이하 어선 등에 대해선 뚜렷한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선을 포함한 배들은 복원성을 가지고 있다. 복원성은 수면에 평형상태로 떠 있는 선박이 파도나 바람 등 외력에 의해 기울어졌을 때 원래의 평형상태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이다. 어선이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어획하거나 어선 한쪽으로 무게가 한꺼번에 쏠리게 되면 순간적으로 복원성이 나빠질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해양 전문가는 “배는 일정한 복원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쪽으로 과도하게 무게가 실리거나 과적 상태였다면 순간적으로 복원성이 나빠져 전복될 수 있다”며 “이번 사고도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평소보다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선원들 진술도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어선법에는 배 길이가 24m 이상인 어선 혹은 최대 승선 인원이 13명 이상인 낚시어선에 대해 복원성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복원성 승인 대상 어선뿐만 아니라 정부가 정한 표준 어선에 해당하는 5t 이상 어선의 선장 등에게 배 어느 부분에 적재를 하면 안 될지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길이 24m 미만 어선은 복원성 승인 대상이 아니어서 해당 어선 조업자들은 자신들이 탄 배가 어느 정도 무게까지 버틸 수 있는지 모른 채 작업할 수도 있다. 5t 미만 어선들 역시 정부의 안내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은 어선 전복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만큼 관련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장 출신인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크기가 작은 어선은 복원성 승인 의무에서 제외되는 등 선원 안전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제도 개선을 통한 사각지대 최소화와 함께 선장들이 미리 자기 배의 복원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고 조업 시 선원들에게도 이 부분을 인지시켜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복원성 검사 대상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중으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