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익명 당원 게시판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동훈 대표와 그 가족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방하는 글이 올려왔다는 논란에 대해 당 지도부는 필요한 법률적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지만,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진상 파악을 위한 당무감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혼란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법률위원회에서 허위사실에 대해 법적대응을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없는 분란을 만들어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당무감사에 착수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유튜버가 한 대표와 한 대표 친인척들이 몇 달 동안 윤석열 부부 내외를 비판하는 글 수백개를 썼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당내 조사 결과 한 대표의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은 한 대표가 아닌 동명이인이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한 대표의 친인척 이름으로 작성된 게시물에 대해서는 당원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당은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열린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직접 당원 게시판 상황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사무총장이 ‘당 게시판을 앞으로 더 잘 관리하겠다, 비속어 등이 오면 걸러내는 작업을 통해 익명성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당무감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진화되지 않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 친윤계 한 의원은 “(당원 게시판에) 문제가 있으니 당무감사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며 “오히려 (당무감사를) 하지 않으면 의혹이 더 커지고 신뢰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에 따르면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한 대표에 대해서는 소명을 했지만, 가족에 대한 해명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의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당 게시판 관련해 의원들 중 일부가 구체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며 “하나하나 사실을 규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 사무총장이 의원들의 말을 듣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법률적 대응을 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