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분의 1’…희소병 걸린 딸 위해 740km 걷는 아버지의 속사정은

입력 2024-11-14 17:12 수정 2024-12-01 10:56
전요셉(오산교회) 목사가 희소유전질환 ‘듀센 근이영양증(DMD)’에 걸린 딸 사랑이를 위해 740㎞에 달하는 국토대장정에 나서 걷고 있다. 전사랑 인스타그램 캡처

‘5000만 분의 1’.

듀센 근이영양증(DMD)에 걸릴 확률이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 몸통 등 근육이 퇴행해 환자 대부분 30대에 사망하는 희소유전질환이다. 주로 남성에게서 발병하지만 5000만명 중에 1명꼴로 매우 드물게 여아에게 나타나기도 한다.

DMD에 걸린 3살배기 딸 전사랑양을 위해 740㎞에 달하는 국토대장정에 나선 아빠가 있다. 전요셉(33) 오산교회 목사 얘기다. 그는 하나밖에 없는 딸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지난 5일 부산 기장군을 시작으로 울산, 경북 포항·경주, 대구 등을 거쳐 서울 광화문에 이르는 여정에 나섰다. 14일 현재 경북 왜관에서 구미를 향해 걷고 있다. 오직 도보로 이동하는 대장정은 딸을 치료하고자 하는 간절한 부모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사랑이가 집 근처 공원에서 단풍놀이하는 모습.

사랑양은 또래와 달리 맘껏 뛰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위아래로 뛰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워낙 희소한 병이다 보니 국내에 환자도 거의 없고, 치료비도 너무 비싸다”며 “목회자이다 보니 경제적 여유도 없고, 현재 시무 교회에서도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있어 더욱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엘레비디스’라는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값과 치료비까지 더하면 약 330만 달러(한화 약 46억원)에 달해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가 포기할 수 없는 건 딸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국토대장정과 동시에 ‘46만명 1만원의 기적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1명이 1만원을 기부하는 챌린지다. “자식이 아픈데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딨나요. 저의 간절함과 진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국토대장정을) 시작하게 됐어요.”

딸의 병을 치료하겠다는 각오가 담긴 메시지.

온종일 걸은 후엔 SNS(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인 전 목사는 평일에는 끝없이 걷고, 주일이 되면 시무교회로 돌아가 예배를 인도하고 월요일부터 다시 여정을 시작한다.

오산교회가 시골 교회인 까닭에 전 목사는 교회에 부임한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한 차례도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자비량으로 사역해 왔다. 세 식구의 생계는 아내가 피아노 학원 강사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이어오고 있다. 전 목사는 아이가 뛰어노는 그날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사랑이가 하나님의 예쁜 딸로 건강하게 잘 자라서 많은 사람에게 이름대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사랑이의 꿈을 함께 응원하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