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출신 이린(가명)씨는 무슬림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친구의 권유로 시작해 파송 선교사들의 꾸준한 관심 덕이었다. 이집트는 명목상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만,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은 금기시하는 국가 중 하나다.
2017년 한국에 들어온 이린씨는 현재 한 교회에 출석하며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4일 “무슬림들이 한국에 왔단 건 구원을 받기 위함”이라며 한국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이린씨처럼 노동 유학 결혼 등의 이유로 국내에 온 무슬림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무슬림 선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슬림을 향한 색안경을 벗고 돌봄으로 천천히 다가갈 것을 조언한다.
디사이플 무브먼트 네트워크(Discipleship Movement Network·DMN)는 이날 서울 송파구 한 사무실에서 ‘무슬림 전도 사례발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1년 출범한 DMN은 이슬람권 선교사들이 협동해 무슬림 전도와 제자 양육 등의 선교 전략을 공유하는 단체다.
DMN 공동대표 주성일 선교사는 “한국교회가 소홀히 하는 무슬림 전도에 관심을 일깨우고, 실제 사례를 공유하면서 복음을 나누는 적절한 방식을 찾고자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며 세미나 취지를 설명했다.
세미나에선 무슬림을 향한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구자현 온누리M센터 선교사는 아프가니스탄 선교 사례를 제시하면서 섣부른 선교는 되레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슬림권 사람들은 나고 자라면서 종교를 배우기에 기독교 믿음을 검증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이들이 질문을 던져올 때가 복음 전도의 기회다. 여러 단계의 손길을 거쳐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무슬림 사역을 위해선 교회 공동체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교회는 무관심과 오해를 극복하고 이들을 선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진 세미나에선 은요한 선교사가 자신의 사역 사례를 공유했다. 은 선교사는 1999년부터 10여년 동안 우즈베키스탄과 태국에서 무슬림 사역을 펼쳤으며, 현재는 대구에서 ‘살람하우스’란 보호기관을 열고 무슬림 이주민을 돌보고 있다.
은 선교사는 국내에 들어온 무슬림 유형에 따른 맞춤사역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에 들어온 무슬림은 어린이, 여성(유학생 부인), 싱글 남녀 유학생, 근로자 가정 등 네 부류로 나눠진다”며 “특히 이들은 가정과 공동체를 중시하는데, 가족을 바탕으로 한 돌봄 선교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전도의 과정은 꾸준한 과정이므로 주어진 순간과 기회에 최선을 다해 진실한 관계를 맺고 주님의 십자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부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등에 따르면 한국 인구 중 무슬림은 0.4% 수준이며, 총 국내 무슬림 수는 이주민을 포함해 26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