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코모도왕도마뱀 등 밀수 일당 14명 검거

입력 2024-11-14 10:11
코모도왕도마뱀. 세관 제공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1급)인 코모도왕도마뱀 등 외래생물을 밀수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관세법 위반 혐의로 A씨 등 14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2년간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부터 입국하면서 외래생물 1865마리(시가 19억원 상당)을 운반책 하의 속옷, 컵라면 용기, 담뱃갑 등에 숨겨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래생물 밀수입 전력이 있는 A씨 등 2명은 세관 검사를 피하고자 공짜 해외여행을 미끼로 주변 지인들을 포섭한 뒤 외래생물 밀수 운반책으로 이용했다. 밀수 이후에는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으로 판매하거나 전문 파충류 가게에 판매해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경우는 밀수를 통해 12배의 차익을 거뒀다.

세관은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외래생물 밀수 특별단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밀수 운반책을 검거하고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했다. 압수수색, 포렌식 분석, 계좌추적 등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공범들을 추가 검거하고 밀수·보관 중이던 외래생물도 압수했다. 압수한 외래생물 중에는 CITES 1급 코모도왕도마뱀, 에메랄드트리보아 등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희귀 외래생물도 포함됐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 코모도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대형 도마뱀이다. 현재 개체 수가 5000마리 이하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국내에 수입된 적은 없다. 이번 밀수 적발도 국내 최초다.

일당 가운데 B씨는 아쿠아리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밀수한 코모도왕도마뱀을 전시 목적의 정상 수입 개체로 위장하고자 지방유역환경청에 수입허가를 신청했다가 증빙서류가 위조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세관 관계자는 “야생동물 관련 시설과 인력을 갖춘 국립생태원과 긴밀하게 협력해 압수한 외래생물 중 살아있는 개체는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었다”며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외래생물을 밀수하는 행위는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앞으로도 세관은 외래생물의 불법 반입을 국경단계에서 적극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