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이상… 흉악한 학대에 침묵” 세계성공회 수장 사임

입력 2024-11-13 10:33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성공회의 수장 격인 저스틴 웰비(68) 캔터베리 대주교가 한 지도자의 과거 미성년자 학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BBC 등 영국 매체에 따르면 웰비 대주교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사임하는 것이 제가 사랑하고 제가 섬기는 영국 국교회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며 “모든 학대 피해자와 생존자의 슬픔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보고서는 존 스미스의 흉악한 학대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침묵의 공모를 폭로했다. 2013년 이에 대해 통지받고 경찰에 알려졌다는 말을 듣고선 적절한 해결이 따를 것이라고 잘못 믿었다”며 “2013년과 2024년 사이 긴 기간에 내가 개인적으로, 공식적으로 책임져야 했다는 점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지난 며칠 동안 영국 국교회의 역사적 보호 실패에 대한 저의 오래되고 깊은 부끄러움이 다시 느껴졌다”며 피해자를 만나고, 관련된 후속 절차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위임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영국 성공회 대주교 회의 의뢰로 지난 7일 발표된 독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교회 캠프의 지도자였던 존 스미스는 1980~90년대 소년 100명 이상에 다양한 종류의 학대를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미스는 2018년 사망했다.

웰비 대주교는 아동학대 의혹을 감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는 웰비 대주교와 스미스가 1997년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가 발간되자 영국 성공회의 의회격인 시노드 대의원과 주교 등이 웰비 대주교의 사임을 요구했다. 사건 피해자도 언론을 통해 사의를 촉구했고 12일 사의 표명까지 1만3000여 명이 사임 요구서에 서명했다.

웰비 대주교는 지난 2013년 취임했고, 기후변화와 빈곤, 전쟁, 부패,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난민 문제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 성공회 수장으로 세계 165개국 신도 8500만명의 실질적 지도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