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으로 사랑받은 배우 송재림(39)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SNS에는 그가 차분히 삶을 정리한 듯한 흔적이 엿보인다. 비보를 접한 동료 배우들은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송재림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하면 소개글에 “긴 여행 시작”이라고 적혀 있다. 게시물 업로드는 지난 1월 별다른 설명 없이 올린 ‘셀카’ 사진이 마지막이었다. 게시물 수는 딱 100개가 남아 있는데 모든 댓글 창은 닫힌 상태다.
송재림은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우고 있던 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지난달 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영화 ‘폭락: 사업 망한 남자’(감독 현해리) 개봉도 앞둔 상태였다.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동료 배우들은 각자의 SNS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홍석천은 “너의 이 멋진 웃음을 다신 볼 수 없음을 슬퍼하고 더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인사도 없이 보내야 하는 이 상황이 황망하다”며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형 노릇 더럽게 못 했네. 편히 쉬거라”라고 했다.
박호산은 “이렇게 밝은 너인데 믿기지 않는다”면서 “미안해. 연락도 못 하고 챙기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전했다. 김민교는 “한 달 전에도 공연하고 있다고 밝은 목소리로 통화하던 네가 왜”라며 “또 하나의 별을 가슴에 묻는구나. 영원히 기억할게”라고 말했다.
영화 ‘안녕하세요’에 함께 출연한 이윤지는 “그러지 말지…. 당신의 순수를 기억하는데 거기서는 많이 맘껏 살아가기를”이라고 적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호흡을 맞춘 정은표는 촬영장 사진과 함께 “잘 가. 부디 행복한 여행이 되길”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송재림은 전날 낮 12시30분쯤 성동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점심을 함께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던 친구가 송재림의 거주지에 방문했다가 그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한 고인은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왕의 곁을 지키는 과묵한 무사 김제운 역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2014년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으며 최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우씨왕후’ 등에 출연했다. 올해 2월 연극 ‘와이프’와 지난달 폐막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무대에도 올랐다.
유족 측은 “가족끼리 작게 장례식을 치르고 싶다”는 뜻을 언론에 전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4일.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