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영국 원자력청의 핵융합 기술 개발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서울대는 국내기업들과 공동개발한 초전도체 기술을 활용해 영국 측과 수십조원 규모의 핵융합 기술을 함께 개발할 전망이다.
서울대 초전도응용연구센터는 지난 3월 영국 원자력청의 핵융합 개발 프로젝트인 ‘STEP’에 공식 참여하는 연구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대의 STEP 합류 소식은 영국 측의 요청으로 8개월가량 늦게 공개됐다. 서울대는 전류 손실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고온초전도 자석 연구 분야의 유일한 한국 연구팀으로 영국 측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핵융합 기술을 개발하려면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하다. 이때 강한 전류를 손실 없이 흘리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서울대 초전도응용연구실은 2017년 개설 이후 전류 손실을 최소화하는 고온초전도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를 눈여겨본 영국 원자력청에서 지난해 7월 서울대 측에 공동 연구 가능성을 타진해왔고, 결국 지난 3월 양측은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STEP은 영국 원자력청이 주도하는 영국의 대형 국가사업이다. 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한다. 3단계 중 1단계에만 약 39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대 초전도응용연구센터와 영국 원자력청은 내년 3월까지 약 17억원 규모의 공동연구협약을 통해 핵융합 발전의 핵심 기술 연구를 위해 협업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대 연구센터는 지난 10월 고온초전도 케이블의 성능을 극저온 환경(영하 196도)에서 성공적으로 검증했다. 극저온과 강한 자기장 환경에서도 초전도 케이블이 기능해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핵융합 기술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센터는 향후 영국 원자력청과의 협력을 통해 영하 233~253도 사이의 극저온 환경과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도 고온초전도 케이블이 전력손실 없이 100kA의 전류를 흘릴 수 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만약 초전도 케이블이 극한 환경에서도 100kA의 전류를 흘릴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된다.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충전기가 통상 1A 수준의 전류를 흘려보내는데, 10만배 수준의 전기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영국 STEP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본 파트너십이 핵융합 자석 기술에 중대한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