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근 이단 종교의 모략 포교를 폭넓게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를 세뇌, 기만해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이단 종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묵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5-3민사부는 지난 7일 50대 A씨가 신천지를 상대로 제기한 이른바 ‘청춘반환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의 모략 포교로 이단 교리에 세뇌돼 직업을 잃고 거액의 헌금을 하게 됐다는 A씨의 주장을 재차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폭력, 감금, 금전적 유혹 등 어떠한 불법적 수단으로 원고(A씨)에게 신앙을 강제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신천지 측) 교인들로부터 사회생활과 가족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는 불법적인 강요행위를 당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가 이 같은 1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시한 것을 두고 신천지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선교 활동이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신천지가 더 활발히 모략 포교에 나설 길을 열어준 것 아니냐며 우려한다. 하지만 이단 전문가들과 피해자 측 변호인은 불법 행위의 증거가 없다는 것일 뿐 신천지의 모략 포교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A씨를 변호한 홍종갑 변호사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법체계를 흔들 만큼 불법적인 요소가 없었다는 것일 뿐이지, 1심 재판부도 신천지에 모략 전도가 있었으며,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을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춘반환소송’은 그동안 마치 합법적인 것처럼 한국교회를 상대로 암암리에 행했던 모략 전도의 위법성을 공론화해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피고 교단(신천지)의 교리를 믿게 된 것 자체가 세뇌이고, 정신적 고통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와 같은 점은 이 법원이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이미 복음 공부와 센터 교육을 마치고 정식으로 입교한 F교회(신천지) 교인이었던 H가 마치 처음 복음 공부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원고와 함께 공부방 공부를 하며 친분을 쌓고 교리 질문을 주고받고, 안심시키면서, 이후 센터 교육에도 함께 참여하는 소위 ‘M’ 역할(잎사귀)을 했는바, 그와 같은 포교 방식은 인간적 신뢰를 이용하는 것으로 다소 기만적으로 보여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요소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모략 포교를 일삼은 신천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배상을 요구한 첫 ‘청춘반환소송’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된 것이 이번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법원은 2022년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는데, 그에 따라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취지다. 하지만 전례 없이 속전속결로 1, 2심 판결을 뒤집은 셈이라 당시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홍 변호사는 “대법원은 과거 미국산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 것을 사기로 판단한 바 있다”며 “종교의 경우 그 정체성을 속이면 개인의 삶과 인생이 무너져 내리는데 소비자의 음식 취향을 속이는 것보다 못한 평가를 받은 것과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제2, 제3의 신천지가 나타나 이런 방식으로 정통교회를 상대로 포교하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모략 포교를 종교의 자유 영역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며 “모략 포교 때문에 새 신자가 교회에 와도 마음껏 환영해주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