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노렸다…무적·대포차량 유통조직 검거

입력 2024-11-12 11:37
대포차량 유통업자 A씨가 공터에 세워둔 불법차량들. 충남경찰청 제공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들에게 대포차량을 판매한 일당과 차량을 구매한 불법체류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대포차 판매 유통조직원과 운행자 등 45명을 검거하고 이중 40대 유통책 A씨 등 17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불법체류자들에게 무적·대포차량을 판매해 총 1억3700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일당은 불법체류 외국인 사이에서 대포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을 노렸다.

범행에는 대포차량 등에 번호판을 재조합한 무적차량이 사용됐다. 대포차량은 사설 도박장 등에 담보로 잡힌 차량을 싸게 구입하는 방식으로 확보했고, 번호판은 거리에 세워진 차량 등에서 몰래 훔쳤다.

이렇게 완성된 차량은 태국에 거주 중인 영업관리책이 SNS를 통해 광고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국내에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은 이들의 판매 차량이 ‘롯피(유령차)’여서 일반 차량 대비 더욱 저렴하다는 광고를 보고는 지갑을 열었다. 차량은 대부분 500만~700만원에 판매됐으며 고급차량은 1000만~12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일부 판매책이 차량을 수거한 뒤 되팔기 위해 숨겨 둔 위치추적장치. 충남경찰청 제공

일부 판매책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판매차량을 다시 훔쳐온 뒤 다른 불법체류자에게 되파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다. 판매한 차량의 천장이나 운전석·보조석 등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뒤 미리 만들어 둔 보조열쇠로 차를 열고 들어가 다시 회수해 온 것이다.

이들의 범행은 외국인 마약사범들이 무적·대포차량을 마약 유통에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에 들어간 경찰에 의해 덜미가 잡혔다.

실제로 구속된 대포차량 구매자 가운데 2명은 마약 유통에 차량을 사용했고,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마약 중간유통책 5명이 추가로 검거되기도 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운행 중인 대포차량과 운전자를 추적하는 한편 태국에 거주하는 SNS 영업관리책에 대한 수배를 인터폴에 요청할 계획이다.

김일구 충남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그동안 유통된 무적·대포차량을 끝까지 추적하고 이들 차량을 유통하는 다른 SNS 계정도 계속해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