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판례와 법리까지 제시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세에 집중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이튿날부터 ‘이재명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전략적으로 ‘검사 대 피고인’ 구도를 부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2023년 11월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 등을 이유로 재판 공개를 당당하게 요구한 바 있다”며 “이 대표 재판 생중계를 바라는 여론이 굉장히 높다. 무죄라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또 민주당을 향해서도 “(이 대표가) 무죄라고 생각하면 재판 생중계 무력시위를 하는 게 맞는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생중계는 극구 거부하면서 판사 겁박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법부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법대로만, 다른 일반 국민과 똑같이 판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8일부터 나흘 연속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날은 이 대표가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례까지 분석해 압박에 나섰다.
한 대표는 “(당시 무죄) 이유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회성으로 거짓말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다. 금요일(15일) 판결은 그 판례에 따르더라도 유죄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에 큰 타격을 받을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마자 영향을 줄여보려고 의도되고 준비된 반복된 거짓말을 했다.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 대표 선고를 사흘 앞둔 12일에는 당 지도부 및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과 함께 ‘민주당의 사법방해 저지 긴급대책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국회에서 야당과 맞섰던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들이 한 대표에 대해 익히 알던 야당 공격수로서의 특장점이 잘 드러나는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여권 공멸을 우려하는 보수층을 흡수하고, 무당파 중도층까지 지지세를 확장하려는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1주차 조사에 따르면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대표는 14%로 이 대표(29%)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 대표 측은 최근 당정 갈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보수층 이반이 작용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서 비롯된 대통령실에 대한 보수층 실망감이 한 대표에게까지 향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용산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고, 이 대표에 대한 공세에 집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검사 대 피고인’ 구도는 양날의 검일 수 있다”며 “결국에는 ‘정치인 한동훈’으로 각인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