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헌법과 규칙, 결의 내용 등 목회와 직결되는 교단의 다양한 정보와 궁금증들을 채팅으로 대화하듯 물어보면 상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한국교회 최초로 구현됐다. 그동안 챗GPT를 목회와 신앙생활의 도우미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알리는 사역은 한국교회 내에 활발하게 이뤄져왔지만 교단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입력해 모델을 훈련시키고 챗봇으로 상용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종혁 목사)이 11일 총회 본부에서 진행한 ‘챗봇 개발 감사예배 및 헌정식’에서는 마상욱(스파크AI교육연구소장) 목사,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가 챗봇 도입배경과 준비 과정을 소개하며 직접 시연에 나섰다.
챗봇은 한 번의 접속만으로 오픈AI의 챗GPT 구동 화면으로 연결돼 ‘인공지능 해설자’를 만날 수 있도록 구현됐다. 마 목사는 “최근 20년 간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과 헌의한 총대의 정보는 물론 교단 헌법과 규칙에 기반한 궁금증들을 개혁주의 신학 관점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연 과정에서 ‘이단 시비가 붙은 전광훈 목사에 대한 총회의 결의 내용’ ‘전광훈 목사의 설교 내용에 대한 해석과 대처’ 등을 프롬프트(질문값)로 입력하자 관련 결의가 진행된 회기와 결의안, 총회의 권고 사항까지 상세하게 정보를 제공했다.
최 박사는 “이번에 구현한 챗봇과 기존의 검색 엔진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각종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칼빈주의 기독교 강요 등 신학적 근거를 함께 정리해 보여주고, 나아가 교단 헌법의 향후 개선 방향까지 모색해 볼 수 있는 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총회 파회 후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면 총회 산하의 노회 내에서는 결의 내용을 반영할 때 상위법과 하위법 간의 불일치로 혼란이 발생하곤 한다. 노회에서 총회에 보낼 헌의안을 다룰 때에도 노회와 총회, 교단 내 각종 위원회의 결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다.
마 목사는 “챗봇을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총회와 노회, 지교회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고 보다 체계화되고 발전적인 안건들을 개발해 교단 안정성 측면에도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챗봇에게 ‘여성 목사 안수 문제’에 대해 최근 5년간의 결의 내용과 산하 교회 목회 현장에 미치는 영향성을 묻자 각 회기에 따른 결의 내용과 변화점은 물론 ‘설교와 교육의 다양성 확대’ ‘여성 성도들에게 롤 모델 제공’ ‘교회의 개방성 및 신뢰 향상’ 등의 긍정적 영향과 함께 ‘신학적 논의와 내부 갈등’ 측면을 고려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여기에 더해 2025년에 열릴 110회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로 역할을 부여하고 칼빈주의 개혁신앙과 목회 현장의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강도권 허용 이후 여성 목사 안수의 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을 밝히는 발언문을 요구하자 10여초 만에 답변을 전했다.
최 박사는 “알려진 것처럼 생성형AI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세부적으로 역할을 부여하고 섬세하게 질문하는 것”이라며 “향후 챗봇의 활용성을 확장하기 위해 효율적인 프롬프팅을 교육할 수 있는 영상과 문서(PDF) 콘텐츠 제공, 노회에서의 설명회 등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혁 총회장은 “교단을 섬기면서 여러 문제와 고민이 있을 때 주님은 우리에게 염려하고 고민하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며 기도하라고 말씀하신다”며 “이번에 개발된 챗봇을 하나님이 고민 해결의 도구로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고 활용해 더 충성되게 순종하는 교단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장합동은 최근 20년 간의 데이터는 물론 총회 역사 전체의 데이터를 입력값으로 보완해나가는 한편, 목회자들은 물론 성도들도 적극적으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챗봇이 되도록 기술적 업데이트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