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들어온 선교, ‘고종의 부국강병 프로젝트’가 시작

입력 2024-11-11 09:30 수정 2024-11-11 09:30
조병철 목사가 지난 8일 '2024 제물포 문화아카이브'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제물포문화아카이브 제공

제물포문화아카이브(관장 유은식 목사)가 지난 8일 인천 서구 보훈회관에서 ‘2024 제물포 문화아카이브’를 성공리 끝났다고 11일 밝혔다. 고종이 선교를 허락한 지 14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이번 행사는 고종의 부국강병 사업 의미를 재확인했다.

제물포문화아카이브 대표 유은식 목사는 “한국교회 시작이 매클레이 선교사가 고종의 윤허 소식을 들은 1884년 7월 3일인가. 고종이 편지를 검토한 7월 2일인가”라고 물으며 “7월 2일. 고종은 미국인의 병원. 학교 설립 등과 관련된 선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목사는 “고종은 일본 정세를 살피고자 보낸 ‘수신사’를 통해 서구 문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며 “국제 정세에 맞춰 미국과 수교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유 목사는 1883년, 미국으로 파견된 문화 사절단 보빙사가 워싱턴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미국 감리회 목사이자 교육학자인 가우처 박사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설명했다. 보빙 사절단이었던 김옥균이 가우처 박사를 만난 이후 ‘조선에 병원과 학교 설립 제안서’를 고종에게 보낸 것임을 전한 것이다.
유은식 목사가 지난 8일 인천 서구 보훈회관에서 '고종의 부국강병 프로젝트와 선교 윤허'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제물포문화아카이브 제공

이어 고종의 주체가 돼 조선에 선교가 들어오게 된 점에 주목했다. 유 목사는 “매클레이가 고종에게 병원 학교 설립을 허가 받아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선의 선교 시작은 고종이 조선의 부국강병을 위한 국가 정책으로서 결단을 내린 ‘고종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역사와뉴미디어선교연구소 소장 조병철 목사가 “미국에 보빙사로 파견된 후 복귀한 홍영식에게 문답 형식으로 확인하는 과정은 고종이 개화를 통한 부국강병에 얼마나 절실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조 목사는 “고종은 전통을 계승하고 열강의 선진 기술을 배우면서 근대 국가 체제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며 “갑신정변의 여파로 개화파 정부가 무너졌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기독교 선교는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감리교회 선교사 아펜젤러와 스크랜턴을 중심으로 배재학당, 이화학당, 보구여관 등이 설립됐고 장로교회 언더우드 선교사와 아펜젤러는 경신학교와 정신여학교를 세웠다. 장로교회는 감리교회와 연합해 현 연세대의 전신인 기독교대학을 설립했다.

그는 “1919년 고종의 갑작스러운 승하로 부국강병 과제는 미완성으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 사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불붙어 오늘의 대한민국 성장과 연결된다”고 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