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아들 가두려… 집에 ‘감방’ 설치한 태국 母

입력 2024-11-11 00:02
지난 6일(현지시간) 태국 동부 부리람주 낭롱 지역에서 마약에 중독된 아들을 가두기 위해 집에 철창으로 감방을 설치한 어머니(왼쪽에서 2번째)를 적발한 관리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카오솟 홈페이지 캡처

태국에서 한 어머니가 마약 중독자인 아들을 가두기 위해 집에 감방을 만들었다 적발됐다.

10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태국 동부 부리람주에서는 64세 여성은 마약에 중독된 42세 아들을 가두기 위해 자택에 철창으로 감방을 설치했다 지난 6일 적발됐다.

이 여성은 “20년 동안 끊임없는 두려움 속에 살았다”면서 재활 과정을 마치고 풀려난 아들이 자신과 이웃에 피해를 줄까 두려워 감방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집 안에 수감시설을 설치하고 아들을 가둔 것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현지 당국은 이 여성의 행위가 불법적인 인권 침해라면서도, 수십 년간 중독과 재활·재발을 반복한 아들의 행동이 점점 더 공격적이 되고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나온 필사적 조치였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 아들의 병원 치료 필요 여부를 평가할 방침이다.

이 사건은 태국이 직면한 마약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타위 섯성 법무부 장관도 지난 7일 국가 마약 예방·통제·문제 해결 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이 사건을 언급하며 단순한 마약 밀매범 단속 이상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국 북동부의 우돈타니주에서는 마약 중독자 어머니에 의해 방치된 3살 남자아이가 혼자 고속도로를 걸어가다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카오솟 홈페이지 캡처

최근 태국 북동부의 우돈타니주에서 마약 중독자 어머니에 의해 방치된 3살 남자아이가 혼자 고속도로를 걸어가다 경찰에 구조된 사건도 있었다. 아이는 당시 약 15㎞ 떨어진 할머니 집으로 걸어가는 중에 이를 목격한 이의 신고로 구조됐다.

조사 결과 아이의 어머니는 3~4일마다 마약을 복용하는 중독 상태에 빠져, 아이를 종종 방치해 굶기고, 이웃과 사찰에서 음식을 구걸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패통탄 친나왓 총리 행정부도 태국의 마약 문제를 최우선 국가적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실제 태국은 미얀마·라오스와 국경 지역에 있는 세계적 마약 생산지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쏟아지는 마약류 등으로 인해 심각한 마약 문제를 겪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22년 마약류 분류에서 대마를 제외하고 가정 재배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대마를 흡입한 10대 소년이 할아버지를 흉기로 찌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올해 초부터 합법화 취소를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