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도안동. 탁 트인 평지에 즐비한 아파트 단지 사이로 교회의 고풍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붙잡았다. 푸른색의 물고기로 시작해 노란빛을 쬐는 주황 발자국, 살포시 모은 두 손…. 성경 속 이야기들을 풀어낸 듯했다.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어려움의 시기를 이기고 찾아온 이단 탈퇴자분들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주보와 이단세미나를 안내하는 전단들은 교회 성격을 짐작케 했다. 교계에서 ‘청년사역 전문가’ ‘이단·사이비 전문가’로 알려진 양형주(52) 목사가 이끄는 대전도안교회 풍경이다.
최근 교회에서 만난 양 목사는 “당초 목회자가 되기 싫어 철학을 공부했다”며 자신이 걸어온 목회철학을 풀어나갔다.
양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목회자 집안에서 자랐다. 그는 “사역을 펼치면서 고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역에 자연스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슴 속 설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철학에 빠져들었던 그는 국비 유학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로 떠났다.
미국행은 양 목사의 생각을 바꾸기 충분했다. 사역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건 1997년 무렵이었다. 그는 공부하면서 학교 주위에 있는 베델한인교회, 새들백교회, 갈보리교회 등 성장하던 여러 교회를 접했다. 이들의 창의적이고 신선한 사역들을 마주하자 양 목사의 마음 한편에는 설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역이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역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양 목사는 예수전도단(YWAM) 설립자 로렌 커닝햄(1935~2023) 목사 손자인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도와달라고. 친구는 사연을 접하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조언했다.
그는 “선교사로 활동하던 난 너무 맞지 않았고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할아버지에게 솔직히 고백했다”며 “그때 커닝햄 목사는 ‘네가 좋아하는 걸 해라. 아들이나 딸이 뭐 하고 싶다면 억지로 시키려 하지 않는 게 부모님 마음이 아니겠냐. 하나님도 그럴 것’이라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양 목사는 목회자의 길에 발을 들였다. 곧장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장신대 대학원에서 신약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에서 뜨거운 예배 현장을 접했던 양 목사는 청년 사역에 진심이었다. 한국교회 3040부서 시초인 30대 청년부서 사역을 개척하기도 했으며 청년사역 핵심원리을 담은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등 다수의 청년사역 저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청년 사역자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순간은 있었다. 양 목사는 청년과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단기선교를 떠났다가 말라리아를 심하게 앓았다. 사임하고 고향인 대전에 내려와 1년간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대전의 한 교회에 청빙 됐는데, 청년부가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이유를 수소문하다 보니 당시 청년부 회장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빠졌단 것이었다. 양 목사는 “그 회장은 교회를 비방하면서 청년부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을 만들었다”며 “결국 청년 부서가 와해되고, 청년부 회장은 실족한 일부 청년들을 신천지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 사역뿐만 아니라 ‘이단·사이비 백신’ 사역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단·사이비 문제는 비단 청년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양 목사는 설명했다. 그는 “2010년쯤이었다. 한 전도사가 교회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었는데 교회 성도들을 데리고 성경공부를 주선했다”며 “조사해 보니 교인의 70% 이상이 이단 신천지 성경공부에 빠져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단 문제는 목회에서 결코 피할 것이 아니라 정면승부해야 할 영역임을 깨달았다”며 “이때부터 이단 교리 반증부터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2013년 성도들과 함께 문을 연 대전도안교회는 이단 사역에 진심이다. 정식 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과정으로 ‘바이블백신’(이단 반증) 교육을 1년간 들어야 한다. 또 국내와 해외(몽골 미국 캐나다)에 바이블백신센터를 설립해 이단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대전도안교회의 목회 철학은 ‘성경을 잘 설명하는 교회’다. 바른 진리로 모든 세대와 교회를 세운다는 취지다. 그 결과 교회 출석교인은 올해 태어난 신생아 20명을 포함해 1500여명에 이른다. 더 눈길을 끄는 점은 이단상담을 받고 회심한 이들의 정착이다. 청년부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단에서 회심한 이들은 20%나 된다.
양 목사는 “바른 진리로 성경을 잘 설명하는 목회사역에 이단대처 사역이 큰 믿거름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의 청사진을 귀띔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선교는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고 나아가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저는 선교에 또 다른 개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바른 진리와 교회를 지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이단 예방에 같이 동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단·사이비 교주들의 고령화로 많은 탈퇴자가 발생할텐데 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대전=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