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체육회 직원 채용 자격 요건을 완화해 자녀의 친구를 뽑도록 했다는 부정 채용 의혹에 휩싸였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체육회 비위를 점검해 이 회장 등 8명을 업무 방해(직원 부정 채용) 등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이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과 업무 추진비 부적정 집행 등에 대해서는 관련자 11명을 법적 조치하도록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국가대표선수촌 훈련 관리 담당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자녀 친구인 A씨를 뽑도록 부당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해당 직위는 국가 대표 출신에 제2급 전문 스포츠 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해야 했는데 이 회장은 자격 요건을 낮추라고 수차례 지시했다. 그는 2020년 6월 요건 완화 시 연봉을 낮춰야 한다는 보고를 무시하고 7월에는 요건 완화에 반대하는 채용 부서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결국 2020년 8월 국가 대표 경력과 지도사 자격증 보유 요건이 모두 삭제된 채로 체육회 채용 공고가 났고 A씨가 뽑혔다. 이 회장에게 A씨 이력서를 받은 선수촌 고위 간부는 면접 위원으로 참석해 A씨에게 최고 점수를 준 것으로 국조실 점검 결과 드러났다.
이 밖에 이 회장은 또 98명으로 구성된 2024 파리 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무관한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하고 이들이 계획에 없던 프랑스 관광 등 별도 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조실은 1인당 300만원이 넘는 이들 5명의 항공료를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도 조사하려고 했으나 체육회가 협조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체육회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회장은 2020년 6월 A씨 채용 요건 완화 시 연봉을 낮춰야 한다는 보고를 듣고 “어떤 XXXX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라며 욕설과 폭언을 1시간가량 해댔다. 2021년 상반기 예산 담당자들에게는 “넌 문체부 XX냐, 체육회 XX냐”라며 폭언을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최근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차기 체육회장 선거 출마 자료를 제출하며 3선에 도전한 상황이다. 체육회 정관상 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고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에도 도전할 수 있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이 이 회장 임명 인사라 공정하지 않다며 그의 3선 도전을 반대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