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4년 미국 외교관이 기록한 ‘전라감영 접빈례’가 고증을 거쳐 140년만에 대규모 재현 행사를 한다. 전라감영 접빈례는 전라감영 교방청 악단이 진행했던 손님맞이 축하연이다.
전북도립국악원은 오는 11일 전라감영 일대에서 ‘전라감영 접빈례’를 열고 전북도가 보유한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재조명한다. 이번 행사는 1884년 11월10일 전북을 방문했던 미국 외교관 조지 클레이턴 포크가 140년 만에 다시 전라감영을 찾는다는 의미로 기획했다.
조지 포크는 서양에 한국의 거북선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등 한국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2박3일간 전북을 방문, 전라감찰사 등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는 전라감영에서 받은 아침 밥상을 자신의 일기에 그림까지 그려 자세히 소개했다.
“아침 10시에 엄청난 밥이 도착한다. 감사(관찰사)가 특별히 나에게 보내준 것이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밥상.”
포크가 남긴 여행일기는 2008년 미국에서 ‘은자의 왕국’이란 책으로 발간됐다. 이 책 54쪽에 전라감영의 밥상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담겨 있다.
이번 행사는 전라도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그가 생생한 사진과 기록으로 남긴 자료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전라감영 교방청에서 행하던 의례와 음악들이 일제강점기 시절 폐지되면서 명맥이 끊겼으나 최근 포크가 남긴 기록을 근거로 복원할 수 있었다.
앞서 전주시는 2019년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 연구 세미나’를 열고 전라관찰사 밥상과 전라감영의 외국인 손님 접대상·연회 문화 등을 복원했다.
이번 행사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1부 영접의례는 풍물단과 취타대가 풍남문부터 전라감영까지 행진하며, 외빈을 안내하는 행차로 시작된다. 이어 전라도 관찰사(현 도지사)가 외빈을 영접하며 당시 관찰사와 외교관의 대화 상황을 재현한다.
2부는 교방청에서 행하던 연회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궁중무용의 유일한 독무인 춘앵무로 시작해 판소리 춘향가 눈대목인 어사출도 대목을 김차경 창극단 예술감독이 열창한다. 이후 무고와 살풀이로 환영 공연을 마무리한다.
유영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도민에게는 자부심을, 전북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전북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소중한 전통문화예술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