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 얻었다” 전북, 올림픽 유치 도전에…소환된 ‘잼버리’

입력 2024-11-10 13:37 수정 2024-11-10 13:38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인 스위스 로잔 올림픽하우스 자료사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석한 한 외국인 스카우트 대원의 다리가 벌레에 물려 빨갛게 부풀어 있다.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전북특별자치도가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화했다. 전북자치도는 이미 1년6개월 전부터 올림픽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난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전북이 유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7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은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통해 세계와 함께 도약하고 지구촌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북자치도는 풍부한 문화자원과 첨단미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고효율’의 대회를 구상하고 있다. 전통문화와 첨단기술을 접목해 문화예술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자연과 미래가 공존하는 혁신적인 축제의 장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비전은 ‘세계를 맞이하는 전통과 미래의 향연’으로 정했다.

전북이 제시한 올림픽의 핵심 개념은 ‘3S(스마트 디지털·지속 가능성·사회적 화합)’와 ‘4W(하드웨어·소프트웨어·스마트웨어·휴먼웨어)’로 구성됐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효율적 운영, 친환경 인프라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대회, 전 세계가 참여하는 사회적 화합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드웨어(친환경 미래도시 인프라), 소프트웨어(K-컬처 문화 확산), 스마트웨어(AI와 빅데이터를 통한 사용자 경험 혁신), 휴먼웨어(협력과 연대 중심의 거버넌스)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올림픽을 제시했다.

유치 시 경기장은 저탄소·저비용 건축 방식으로 설계되며 기존 경기장 22곳을 적극 활용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한다. 경기장 11곳은 탄소 저감 목조 건축물로 임시 건립하거나 관중석을 설치해 경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운데)가 7일 도청에서 전북자치도의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도전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주요 경기장 간 이동 거리는 평균 33㎞로 제한해 이동 편의성을 높인다. 주 경기장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증축해 사용하고, 스마트 교통 시스템 ‘J-Easy Path’를 구축해 경기장, 선수촌, 미디어센터를 잇는 최적의 교통 편의를 제공한다.

소요 예산은 10조2905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는 국비 2조278억원, 지방비 7360억원, 공공기관 2조6202억원, IOC 지원금 및 스폰서십 3조665억원, 사업수익 8047억원, 기타 라이선스·기부금 등 1조353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42조원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는 “1년 반 전부터 올림픽 유치를 준비해 왔다”며 “지금 전북의 역량은 1988년 서울의 역량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잼버리 대회 파행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전북도가 초대형 국제행사인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잼버리는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적인 대회로, 지난해 8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개최됐으나 부실한 운영으로 인해 예정보다 일찍 종료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한 참가자가 테이블에 엎드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참가자들은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물론, 음식 부족과 위생 상태 불량 등으로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모기와 벌레의 습격으로 물집투성이가 된 참가자들의 다리 사진이 해외 언론에도 소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감사원에서 개최지인 부안군 등을 상대로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감사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미 한 차례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는 서울시 또한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전북자치도가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경쟁뿐 아니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강력한 후보지로 떠오르며 국외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는 이와 관련해 “잼버리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고, 이번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자신감이 있다”며 “이런 힘을 바탕으로 하계올림픽도 유치해서 전북의 잠재력을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리겠다. 기적을 만들어 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는 오는 12일까지 대한체육회에 유치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2036 하계 올림픽은 7월 28일부터 8월 12일까지 17일간 열리며, 대한체육회는 국내 후보 도시 선정을 위한 평가위원회와 국제위원회, 이사회, 대의원 총회 등의 절차를 거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