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길 열고 세계 품는 훈련소

입력 2024-11-10 10:11 수정 2024-11-10 11:53
서울 양천구 GMTC 건물 입구에 걸린 현판. 현판에는 1986년 별세한 연인수씨에 대한 기록이 담겼다.

한국선교훈련원(GMTC)은 한국 교회가 세계 선교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타문화권 사역 연구와 선교사 훈련을 목적으로 복음주의 교회, 교단, 선교단체가 협력하는 초교파적 선교훈련 전문 기관이다. GMTC는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선교사의 체계적 훈련 필요성을 절감하며 1986년에 설립됐다. 옥한흠, 이건오, 하용조, 허남기, 이태웅, 홍정길, 이영덕 목사가 한국교회 선교의 비전을 나누며 설립을 주도했다.

GMTC의 설립 배경에는 선교를 꿈꾸던 25세 청년의 죽음이 있었다. 고 연인수씨다. 연씨의 가족은 그의 꿈을 잇기 위해 1억원을 홍정길 목사가 시무하던 남서울은혜교회에 기부했고 이 기금으로 두 층짜리 작은 집에서 훈련을 시작하게 됐다. 9일 서울 양천구 본부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남경우 GMTC 원장은 “그 가족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GMTC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이후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지속적인 후원으로 GMTC는 복음주의 초교파 훈련기관으로 성장해왔다.

GMTC는 사단법인 한국해외선교회(GMF) 산하 기관이다. 타부서인 GMP, GBT, HOPE, FMnC 등과 함께 하나의 선교 공동체를 이룬다. 훈련 과정에서는 선교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며 타문화권 사역자 양성을 위한 집중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훈련생들은 공동생활을 통해 선교학, 타문화 적응, 언어 훈련 등을 배우며, 선교사의 삶과 인성까지 아우르는 전인적 훈련을 받는다.

남경우 GMTC 원장이 10일 서울 양천구 GMTC 본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초교파적 협력은 GMTC가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남 원장은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고도, 각 교단의 신학적 배경을 가진 성도들의 기도와 후원을 통해 운영된다”며 “감신 한신 합신 등 다양한 교단 출신의 훈련생들이 초교파적 협력의 가치를 체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TC는 각 교단의 선교사가 협력하며 선교적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질적이고 전인적인 훈련을 추구한다. 2024년부터 초임과 경력 선교사들이 함께 훈련받는 ‘투 트랙 시스템’을 도입해 훈련생들이 서로 배우고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 남 원장은 “경력자는 초심을 돌아보고, 초임자는 현장의 경험을 배울 좋은 기회가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GMTC는 로잔운동의 정신을 신학적 기반으로 삼아 삼위 하나님 중심의 선교 철학을 지향한다. 남 원장은 “복음과 교회,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각 문화와 상황에 맞는 복음을 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선교사들이 현지 문화와 융합해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GMTC의 방향성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GMTC의 12가지 핵심 가치 중에서는 ‘여성 지도력 존중’과 ‘검소한 삶’이 특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남 원장은 “여성 선교사들도 선교사의 정체성을 세우고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며 “아내가 아닌 ‘선교사’로서 여성들이 사역할 수 있게 돕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소한 삶이란 단순히 절약이 아닌 부족한 상황에서도 나누며 사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선교적 나눔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GMTC는 졸업생들과의 관계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재 1900여 명의 졸업생이 국내외에서 선교 활동을 이어가며 GMTC는 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회 시간을 이어간다. 남 원장은 “졸업생들이 각지에서 GMTC를 찾으며 기도와 재정으로 공동체에 힘을 보태준다”며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영적 안식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위기의 한국교회 상황 속에서 선교사들이 자신의 사명을 성찰하고 책임감 있게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GMTC의 역할”이라며 “선교사들이 안전하고 의미 있게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GMTC가 함께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