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원 지하철 안.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별안간 지하철 바닥에 발라당 누웠다. 발 디딜 틈 없었지만 사람들은 조금씩 움직여 강아지가 누울 자리를 만들어줬다. 강아지가 착용하고 있던 노랑 조끼에는 ‘시각 장애인 안내견’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사연은 지난 9월 27일 SNS에 올라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게시물에는 지하철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안내견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과 설명이 있었다.
당시 안내견은 지하철 좌석에 앉은 시각장애인 발밑에 자리를 잡은 뒤 곤히 잠들었다. 주변 승객들은 조금씩 물러나 안내견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안내견이 주목을 받았다. “일하느라 지쳤나 보다” “하루 종일 주변을 신경 쓰느라 얼마나 피곤했을까”처럼 안내견이 안쓰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전문가는 이런 시각엔 ‘인간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안내견 입장에선 일할 때 일하고 쉬는 상태였을 것으로 설명했다. 잠이 들었다는 건 그만큼 파트너와의 관계나 지하철 내 환경이 편안했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내견에게 누울 자리를 내어준 시민들 배려에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다만 “‘안내견이 일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는 건 사람 입장에서 본 얘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안내견에 대해 잘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장애인과 보조견은 어느 한쪽만 도움을 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합을 맞춰 나가는 파트너 같은 관계라고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의 보조견이 장애인을 위해 그저 희생하고 있는 관계로 한계지어 보거나 막연히 동정의 시선을 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사람들은 대부분 안내견이 일하는 모습밖에 볼 수 없다. 안내견과 하루 종일 함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편적인 모습만 보게 된다”면서 “그런데 사실 안내견도 쉴 땐 쉬고 일할 땐 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래 동물은 불안하거나 익숙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며 “엎드려서 잠을 잤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과 함께 있는 그 환경이 낯설거나 불안하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 보조견은 각종 훈련과 학습을 거쳐 장애인의 안전한 보행 등 일상생활을 돕는다. 장애인 스스로 독립된 삶을 영위하며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촬영하는 건 자칫 안내견의 관심을 유도해 주의를 흩트리게 할 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내견의 집중이 흐려지면 자친 장애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지하철에서 잠든 보조견의 사진을 올렸던 작성자는 이 같은 지적에 “조용한 카메라로 찍었는데 다음부턴 조심하겠다. 알려줘서 고맙다”고 답글을 남겼다.
박주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