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는 등 기행을 저질러온 미국인 유튜버 조니 소말리가 사과에 나섰다. 소녀상과 관련한 역사적 의미를 몰랐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 ‘제이컴퍼니’에는 소말리가 소녀상에 입맞춤하고 그 앞에서 외설적인 춤을 춘 것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서울 도봉구 창동역사문화공원 내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그는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는 다른 종류의 코미디 문화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국인의 자존심과 문화를 해치는 게 용납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죽이거나 폭행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그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는지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그 동상 사건 이전 다른 콘텐츠는 모두 좋았다”며 “모든 한국인이 내게 잘 대해줬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이렇게 큰 상처를 준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남자답게 사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 하고 싶다. 여러분의 자부심에 이렇게 큰 상처를 줄 의도는 전혀 없었다. 여러분은 훌륭하고 좋은 분들이다”며 “상처 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사과를 받아주면 좋겠다. 실수했고, 인생에서 실수하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말리는 다시는 소녀상을 건들지 않겠다면서 “내 행동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동상의 의미를 알게 될 거다”고 했다. 한국에서 평화를 원한다고도 했다. 다른 외국인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제가 무례했다. 나는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가 소녀상의 의미를 몰랐다는 해명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앞서 소말리는 자신의 영상에서 소녀상을 ‘위안부 조각상’(comfort woman statue)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위안부는 일본군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설명했을 만큼 소녀상의 의미와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는 “이 영상을 소말리가 재판받는 과정에 감형의 사유로 쓰인다면 어떻게 할 거냐”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거 다 알면서 시켰다는 건 그저 퍼포먼스다” “소녀상의 의미를 몰랐다니 완전 거짓말이다” “자발적인 것도 아니고 등 떠밀려 보여주기식 억지 사과다” “법정에서 형량 낮추려고 하는 쇼”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앞서 소말리는 소녀상 모욕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 난동을 부리고, 거리에서 행인들에게 불쾌한 행동을 일삼았다. 온라인상에서는 분노 여론이 일었다. 이후 소말리는 지난달 24일 라이브 방송 중 거리에서 폭행을 당했고, 31일에도 한 유튜버에게 맞았다.
또 소말리는 폭행을 당한 후에도 지난달 28일 유튜브 부계정 ‘조니 소말리 라이브’ 채널에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사진을 들고 셀카를 촬영한 사진과 함께 “아베 신조, 난 당신을 위해 한국인을 물리쳤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며칠 뒤 삭제됐지만 전혀 반성 없는 태도를 보여준 것에 대해 분노가 확산했다.
현재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소말리는 출국정지된 상태다. 이외에도 마약 투약, 폭행 등 혐의로 고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