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재무장관 해임으로 ‘신호등’ 연정 붕괴…내년 1월 총리 신임투표

입력 2024-11-07 18:44 수정 2024-11-07 18:46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을 해임하면서 독일 신호등(빨강·사회민주당, 노랑·자유민주당, 초록·녹색당) 연립정부가 사실상 붕괴됐다. 2021년 12월 출범한 신호등 연정은 그간 경제정책을 두고 내홍을 빚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린드너 재무장관의 해임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독일 연방정부 각료 해임은 공식적으로 총리가 대통령에게 요청하고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도우파 성향 자유민주당 대표인 린드너 장관은 2021년 총선으로 꾸려진 3당 연립정부에서 친기업 정책을 꾸준히 주장하며 사회민주당 소속인 숄츠 총리와 불협화음을 냈다. 그는 연정 경제정책 책임자인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녹색당)과도 친환경 보조금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숄츠 총리는 오는 14일 내년도 예산안 의회 심의를 앞두고 내부 갈등이 격화하자 최근 두 장관을 연일 총리실로 불러 예산안 최종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린드너 장관이 타협안을 거부했다며 “무책임한 행동이며 총리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사회복지 예산 삭감과 고소득층 감세 등 린드너 장관의 주장이 신호등 연정의 정책 기조와 근본적으로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어 린드너 장관에 대해 “너무 자주 신뢰를 깼다”, “자신의 지지자와 당의 생존에만 관심을 뒀다”, “그런 이기주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린드너 장관의 해임으로 자유민주당이 정부에서 이탈해 연합 정부도 막을 내리게 됐다. 독일 매체들은 볼커 비싱 교통장관 등 자유민주당 소속 다른 각료들도 사임할 것이라며 자유민주당의 연정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또한, 숄츠 총리는 내년 1월 15일 연방의회에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를 부치겠다고 공표했다. 의회가 숄츠 총리를 불신임하면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의회를 조기 해산하고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길 수 있다. 반대로 의회가 숄츠 총리를 신임하면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소수 정부를 유지하거나 야당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숄츠 총리는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와 조속히 대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좌파 정당 사회민주당, 녹색당과 그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는 자유민주당 사이의 긴장은 시작부터 연정에 부담이었다. 조용한 중재자 숄츠도 내부 야권 지도자 린드너에게 혐오감을 갖게 됐다”며 “신호등 연정의 종말은 한편으로 나라에 좋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