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결제됐습니다” 피싱 문자 28억건 보낸 그놈들, 붙잡혔다

입력 2024-11-07 18:14
국민일보 DB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으로부터 의뢰받아 9년여간 불법 문자메시지 약 28억건을 발송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문자 전송업체 6곳을 단속한 결과 3개 업체 대표 김모(39)씨와 전모(51)씨, 정모(31)씨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그 외 개발자 등 17명은 불구속 상태로 입건됐다. 경찰은 이들을 모두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 등은 2015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정부 등록 없이 해외 통신사를 경유해 문자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불법 문자 전송을 대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업체가 보낸 불법 국제문자는 약 28억건에 달했다. 이는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5692만명(8월 기준)이 1인당 약 50건씩 수신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6개 업체가 사실상 전 국민에게 50건의 문자를 보낸 셈이다. 이들은 피싱 문자뿐만 아니라 성매매 알선과 도박 사이트 등 불법 홍보도 대행해 왔다. 김씨 등이 불법 문자메시지 전송 대행을 통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은 총 485억4000만원이었다.

국내 문자발송업체가 건당 받는 비용은 단문 기준 8~9원에 그친다. 다만 이들은 이보다 1.6~2.5배 높은 14~20원씩을 받고 불법 문자를 대량 전송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문자 전송업체 대표 김모씨에게서 압수한 현금 다발과 범행에 활용한 휴대전화. 서울경찰청 제공

이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정부 등록을 피해 법 감시망을 빠져나갔다. 국내에 정식 등록된 대량 문자전송 서비스업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불법 문자 차단에 협조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또 이들은 해외 SNS로만 문자 전송을 의뢰받고, 비용은 해외 거래소를 통한 가상 자산으로만 받았다.

김씨가 보유한 현금·가상자산 49억여원은 현재 동결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은 서울 한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던 김씨를 검거하면서 그의 집에서 3억원의 현금을 발견했다. 검거 당시 김씨는 자신이 직접 범죄에 가담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왜 날 잡아가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카드 배송기사 등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강화 등으로 국제발신 문자 발송이 어려워지자 카드 배송기사를 사칭해 가짜 금융감독원 번호를 알려주며 피싱을 유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유도하는 것 역시 보이스피싱의 한 수법이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