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대선에서 예상과 달리 ‘완패’하자 책임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바이든의 재선 도전으로 인한 고령 리스크 부각, 시간 부족 등의 이유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바이든이 대선 레이스에 남았다면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줬을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선 바이든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당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해 4월 재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다음 세대와의 ‘다리’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에 배치되는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81세인 그의 나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바이든은 올해 대선 경선에서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 속에 후보로 선출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6월 트럼프와의 재앙적 토론 실패는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를 유권자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후보 사퇴 요구가 빗발친 상황 속 1달여만에 바이든은 후보를 사퇴했다. 대선을 100여일 남겨놓고 후보 교체 시간이 없었던 민주당은 부통령이었던 해리스로 단합하는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 전략가이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전 고문인 마크 롱가바우는 “(짧은 시간 동안) 해리스는 놀라운 캠페인을 벌였다”면서도 “바이든은 일찍 물러나서 당이 더 긴 게임 플랜을 수립할 수 있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 대선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앤드루 양도 AP통신에 “이 패배의 책임은 바이든에게 있다”며 “7월이 아닌 (경선 전인) 1월에 물러났다면 우리는 다른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일부 인사들은 바이든을 해리스로 바꾼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에서 중량급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었으며 2020년 대선에서도 초반에 탈락한 인사다. 또한 바이든은 노조 유권자와 남성 유권자들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해리스는 바이든과 달리 미국의 대형 운수노조인 팀스터와 국제소방관협회 등의 지지를 얻지도 못했다.
실제 해리스는 개표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바이든이 2020년에 받은 8100만표보다 1000만표 이상 모자라는 6700만표를 받는 데 그쳤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의 7300만표와 큰 차이가 없는 7200만표 안팎을 얻은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정치학자이자 분석가인 스티븐 쉬어는 뉴스위크에 “바이든의 축출은 민주당 내에서 큰 논란의 원천으로 남을 것”이라며 “바이든이 인지 장애가 있더라도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주에선 해리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일부 민주당원은 바이든을 경선에서 밀어내려 한 노력이 당에게 해를 끼치는 굴욕적 행위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