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유색인종·도시로 진출 중… 美정치 지형 변화

입력 2024-11-07 17:07 수정 2024-11-07 17:09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주변에서 '트럼프가 이겼다'고 쓴 대형 깃발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드러난 이번 대선은 미국 정치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년 동안 민주당 지지를 뒷받침해온 아프리카계, 라틴계, 아시아계 등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연합은 붕괴되었으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큰 희망을 걸었던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는 압도적이지 않았다. 젊은 남성과 도시 지역으로 공화당 지지가 파고드는 경향도 확인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 승리의 규모와 성격은 향후 몇 년 동안 미국의 정치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미국 선거 지도의 재편을 의미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지형 변화를 분석했다.

‘유색인종=민주당’ 공식 깨져… 라틴계 이탈
이번 대선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라틴계 유권자가 민주당을 떠났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라틴계에서 득표를 크게 높였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인근의 오세올라 카운티에는 푸에르토리코와 관련된 인구가 상당수 포함된 라틴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56대43으로 크게 이긴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가 근소한 차이로 오세올라 카운티에서 승리했다.
리오그란데 시티를 품고 있는 텍사스주 스타 카운티는 2%를 제외한 모든 유권자가 라틴계 또는 히스패닉계로 알려져 있다.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79%를 득표했고, 4년 뒤 바이든 대통령의 점유율은 52%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58%를 얻어 이겼다. 지난 130년 동안 공화당이 이곳에서 승리한 것은 처음이다.
공화당 측에서는 인플레이션부터 전통적인 가족 가치에 대한 강조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문화적 이슈를 바탕으로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라틴계 유권자, 특히 노동계급 출신의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고 평가한다. 쿠바계로 텍사스에서 재선된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우리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민주당을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가치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흑인 남성들에서 민주당 지지 줄어
아프라카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은 9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흑인들 중 남성들이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NBC 출구조사에 따르면, 흑인 여성의 92%가 해리스를 지지했지만 흑인 남성의 해리스 지지율은 78%까지 떨어졌다.
흑인 인구가 많은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공화당 지지가 소폭 상승했다. 2020년 조지아에서 민주당 지지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클레이턴 카운티에서도 공화당은 지지율 상승을 기록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윌슨, 에지콤, 피트와 같은 시골 카운티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여성 표’ 민주당 기대에 못 미쳐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낙태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무너뜨리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분노로 많은 여성들이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별 지지율 격차가 올해 대선의 결정적 단층선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민주당 쪽으로 이동한 여성 유권자는 소폭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CBS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표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57%였으나 이번에 54%로 오히려 줄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 유권자들에서 10%포인트 차이로 우세했지만 이 우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확히 그만큼 표를 더 받으면서 상쇄됐다. 특히 30세 미만 남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6%를 득표했고, 해리스 부통령은 38%에 그쳤다.

도시 지역에서 공화당 지지 늘어
미국 유권자들이 전반적으로 우파로 이동하고 있다는 추세는 뉴욕과 뉴잉글랜드 지역을 포함한 북동부에서 잘 확인된다. 이 지역은 온통 파란 색으로 칠해진 지역인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율 격차는 2020년 16%포인트에서 이번에 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코네티컷주에서도 민주당은 공화당에 20%포인트를 앞섰으나 이번에는 그 격차가 13%포인트로 축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란 뉴욕 퀸즈의 경우, 공화당 지지율이 지난 대선에 비해 10% 상승했다.
공화당의 도시 진출은 분명하다. 8년 전만 해도 핵심적인 경합주로 여겨졌던 플로리다에서는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56%를 득표해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굳어졌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