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 녹취 파문’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정 관여 논란’ 등에 대해 해명에 나선 대국민 담화는 7일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만 기자회견을 시청한 이들은 ‘자기 변명을 위한 자리 같았다’ 등의 냉랭한 반응을 다수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시간20여분간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외교·안보, 경제 문제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무제한 질의응답’을 처음으로 시도한 만큼 기자회견을 향한 관심은 높았다. JTBC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된 기자회견 영상은 오후 3시30분까지 조회 수 35만회에 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수 만명이 중계 영상을 다시 봤다. MBC 중계방송 라이브에는 오후에도 9만여명이 시청에 참여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지켜본 반응에선 냉랭한 기류가 감지됐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에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사과보다 변명이 주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읽은 뒤 가진 질의응답에서 사과가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에 대해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서 ‘이 부분은 잘못한 거 아니냐’라고 하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딱 팩트에 대해 사과를 드릴 것”이라고 답하는 등 피해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무엇을 사과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기자의 말에도 “구체적으로 말하기 좀 어렵지 않겠냐”며 “제가 사과드리는 것은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또 과거에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 지켜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도 아닌 걸 가지고 ‘명태균씨에게 알려줘서 죄송하다’라는 사과를 기대하신다면 그건 사실과 다른 일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도 없고, 그건 모략이다. 사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린 건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이런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더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윤 대통령 자기변명의 자리가 됐다” “대화에 알맹이는 하나도 없고 감정에 읍소했다” “그렇게 하나 마나 한 이야기만 할 거면 대통령 담화를 왜 하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아내가 제대로 사과하라고 했다”고 언급한 것을 꼬집어 “아내가 하여튼 가서 사과하고 오라니까 대국민담화를 하긴 했지만 어떤 부분을 사과해야 하는지는 말하기 어려운 건가”라고 말한 이도 있었다.
또 윤 대통령이 명씨 등과 김건희 여사의 사적 연락 논란에 대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지 않아 생긴 불찰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하다 하다 이제는 휴대전화 탓을 한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일부는 기자회견에서 사회자에게 반말한 윤 대통령의 태도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길어지자 진행자에게 “(질문을) 하나 정도만 하자”며 “목이 아프다, 이제”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네’라고 대답하자 “더 할까?”라고 물었다. 이를 두고 기자회견 자리에서 부적절한 언사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외신기자가 한국어로 질문하자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겠다”고 말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이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운영자(CEO)인 채드 오캐럴 기자는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질문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관계자를 향해 작은 소리로 “말귀를 잘 못 알아듣겠어”라고 말했고, 통역사는 영어로 질문을 다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두고 ‘외신 기자가 서툴지만 한국어를 연습해왔는데 무안을 줘야 했냐’고 쓴소리도 있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