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16세 미만 아동은 부모가 동의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호주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아동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달 중 국회에 16세 미만 아동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SNS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며 과도한 SNS 사용으로 어린이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특히 유해한 신체 이미지 묘사 등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성 혐오 콘텐츠 때문에 여학생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생의 변화와 성숙을 겪는 중인, 14살 정도의 아동이 이런 콘텐츠를 접한다면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다”며 “우리는 경청하고 또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 법안은 부모 동의를 받고 SNS를 이용하는 아동과 기존에 이미 SNS 계정을 생성한 아동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아동의 SNS 접근을 막기 위한 조치와 책임은 SNS 플랫폼 기업에 있다고 호주 정부는 설명했다.
아동이 SNS를 사용할 경우 처벌은 아동이나 그 부모가 아닌 SNS 기업이 받게 된다. 호주 정부는 SNS 기업이 16세 미만 아동의 유입과 서비스 이용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를 점검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릴 예정이다.
법안 내용은 오는 8일 화상으로 열리는 주정부 총리들과 국가 지도자 회의에서 논의된다. 이달 말 의회에 상정하고 12개월 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유예기간 동안 각 SNS 플랫폼은 아동 사용 금지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호주 AAP 통신 등 현지 언론은 야당도 지지하는 내용이라 법안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학업 등에 도움이 되는 SNS에는 예외 조치 등이 논의될 것으로 봤다.
미셸 롤런드 호주 통신부 장관은 이 법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SNS 규제 법안이 될 것”이라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틱톡, 엑스(X), 유튜브 등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6월 부모나 보호자의 승인이 없을 경우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메타는 인스타그램에서 청소년 보호 정책으로 부모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10대 계정(Teen Accounts)’ 정책을 도입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다. 한국은 내년 1월 적용을 앞두고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