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건 “게임물 등급 분류에 이용자 참여 확대하겠다”

입력 2024-11-06 19:49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게임위 미디어 간담회에서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이 취임 3년 동안 ‘더 다가가는 게임위, 더 나아진 게임 생태계’라는 슬로건으로 조직을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게이머의 불만이 컸던 게임물 등급 분류에 이용자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서 위원장은 6일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이라면 투명하고 청렴해야 하는데 그동안 게임위는 업무적으로 소통 부문에서 아쉬웠다”며 “게임 전문가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서 등급 분류 기준 수립 등의 업무에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부임 소감과 게임위 향후 사업 방향, 역점 과제를 설명했다. 이에 더해 박한흠 정책연구소장, 권혁우 사무국장, 한효민 인원교육센터장,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 김세중 게임위관리본부장이 참여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서 위원장은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사업전략본부장을 비롯해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가천대 게임대학원장, 월드사이버게임즈(WCG) 대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한 게임 분야 행정 전문가다.

지난 8월 게임위 수장이 된 서 위원장은 “게임위원장으로 부임한 지 3개월이 지났다. 가장 먼저 느낀 점은 ‘(게임위가) 변해야한다’는 것”이라면서 “게임법이 만들어진 2005년부터 게임물 등급 심의를 민간으로 이양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이후 ‘바다이야기’라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고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돌아봤다.

이어 “현재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부 민간이양이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내가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민간 이양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최근엔 이용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 게임사, 게이머 간의 소통·협력을 원활히 하기 위해 우리 역할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게임위는 불투명하고 일관성 없는 게임물 등급 분류와 각종 비위 사건으로 질타를 받았다. 서 위원장은 “게임위 내부에 문제들이 있었다. 공공기관이라면 투명하고 청렴해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은 몇가지 잘못이 있었다”면서 “그동안 게이머와 소통이 잘 됐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소통이 안 되면 알려지지 않는다”고 속내를 밝혔다.

소통, 신뢰, 변화 등 3대 핵심 방향 속 17개 실천 과제 제시

서 위원장은 ‘더 다가가는 게임위, 더 나아진 게임 생태계’란 슬로건을 내걸고 소통, 신뢰, 변화 등 3대 방향성과 17개 주요 실천 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과제는 ▲게임생태계 소통대상 및 정기적·지속적 소통 확대 ▲과학적 근거 확보 노력 및 게임이용자 권익보호 강화 ▲민간 등급분류 이양 지원 및 전문역량 강화가 골자다.

먼저 게임위의 업무에 게임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한다. 게임물 사후관리 과정에서 게임이용자와의 기준 인식 차이 해소를 위해 개발자·이용자를 중심으로 게임전문가 패널을 구성하고 등급기준 적정성을 자문하는 절차를 신설·운영한다. 등급분류 과정이나 기준 수립 시에 게임이용자 참여 근거를 ‘등급분류규정’에 담아 게이머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게임위 미디어 간담회에서 향후 게임위의 수행 과제 등을 발표하고 있다.

김세중 게임물관리본부장은 “현재 등급 분류 기준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올해 진행되는 연구 용역을 통해서 향후 이용자나 이용자 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이용자가 등급분류 심의 자체에 참여하는 것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 거기까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밀실 심사라고 지적 받아온 게임물 등급 분류 회의록도 더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등급 분류 회의에서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참여하거나 방청하는 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된 바가 없으나, 회의록을 좀 더 빨리 공개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보완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 역시 “해외나 유관기관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근거 확보와 함께 게임 이용자 권익보호도 강화한다. 먼저 과학 기반 등급분류·사후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유관기관과 연구개발(R&D) 협업을 거쳐 인공지능(AI)을 도입한다.

또한 ‘스마트 사후관리 모니터링시스템’을 고도화해 불법 게시물 추적기능을 강화하고 민간이 사후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게임이용자 권익보호를 위해서도 연구를 실시하고 ‘게임이용자권익보호센터’ 신설을 위해 기반 다지기에 나선다.

아울러 게임위는 정부가 올해 초부터 추진 중인 민간 등급 분류 이양 지원 강화를 추진한다. ‘사행성을 제외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게임물의 민간 이양을 지원하기 위해 등급분류 기준 사례 연구를 통한 표준 매뉴얼 수립을 추진한다. 민간등급분류 이양 및 게임물 내용수정신고제도의 합리적 개선 등을 위한 법령 개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게임위는 게이머 소통 토론회 개최, 게임물 사후관리 직원 교육 확대, 등급분류 게임물 검토연구원 전문성 강화, 국제등급분류연합 및 아시아 국가와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 등을 약속했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을 포함해 박한흠 정책연구소장, 권혁우 사무국장, 한효민 인원교육센터장,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 김세중 게임위관리본부장은 6일 서울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게임위 미디어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지난달 게이머와 게임산업 종사자 21만명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2항 제3호의 게임 사전 검열 기준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한 건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서 위원장은 “청구 내용과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용하고 후속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현황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김 본부장은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 표기로 적발된 건 631건 중 국내가 214개 건, 해외가 417건을 위반했다”며 “이중 시정요청·시정권고를 넘어 시정명령까지 받은 게임사가 한 군데 있다. 시정 명령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행을 하지 않으면 앱마켓에서 삭제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우리나라 게임물 등급분류제도가 25년 이상 돼 가고 있고, 시대와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게임위의 성격도 등급분류보다는 사후관리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다”며 “소통, 신뢰, 변화를 핵심 방향으로 게임생태계 구성원들에게 더 다가가고 게임이용자들의 권익 보호에도 앞장서는 게임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