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서 해외 카지노 생중계…650억대 불법 도박장 운영 일당 덜미

입력 2024-11-06 19:10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해외 카지노 영상을 생중계하며 650억원 규모의 회원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서울 논현동·신사동·역삼동 등지에서 온라인 중계형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 등으로 A씨(54)를 구속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가 고용한 전문 딜러 및 종업원 20명과 회원제로 도박에 참여한 13명도 도박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송출된 해외 카지노 영상을 생중계하면서 회원들이 베팅에 참여할 수 있는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도박장 회원은 수백명에 이르고, 14개월간 거래된 도박 자금만 6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도박장을 서울 강남구 일대에 있는 평범한 사무실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도박장 내부에 들어서면 실제 카지노처럼 도박 테이블과 모니터 및 휴게공간 등이 갖춰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의 불법 도박장은 도심 외곽에 위치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도박장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외국 호텔 카지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딜러를 고용하고, 방문객에게 칩과 식음료 등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인 추천 회원제 방식으로 도박장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단기 임대 형태로 사무실을 빌려 약 14개월 동안 3차례 도박장을 옮겼다. 사설 CCTV를 설치해 외부를 감시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도박 전력이 있으며 마사회법 위반으로 2018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박장 손님은 주로 40~50대였고, 인당 최대 4억원까지 판돈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카지노 영상이 조작됐을 경우를 대비해 필리핀으로 지인을 보내 생중계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는 일반적인 도박 사이트와 달리 승률 조작이 불가능했다”며 “이로 인해 도박장 이용객이 더 과감히 베팅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5월 강남 한복판에서 해외 카지노와 연계한 불법 도박장이 운영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지난 8월 잠복 수사를 벌이던 중 배달 음식이 도박장으로 들어가는 때를 노려 이들을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당수익금 2억5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 거점을 두고 도박사이트를 설계해 운영하는 총책 등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