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채널에서 무인군용차 시승기를? ‘유튜브 콜라보’ 주목

입력 2024-11-09 10:00
현대로템의 군용 무인차 리뷰 영상. 유튜브 채널 '김한용의 MOCAR' 캡처

“에어리스 타이어(공기 없는 타이어) 옵션이 있어서 펑크 대응이 가능하네요.” “자율주행으로 지금 탱크턴(제자리에서 360도 회전)까지 하고 있습니다.”

언뜻 들으면 여느 신차 모델의 시승기 같지만, 현대로템이 개발한 군용 무인차 HR-셰르파의 시승 영상에서 나온 말들이다. 육군에 납품할 다목적 무인차량 경쟁입찰에 뛰어든 현대로템은 최근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 ‘김한용의 모카(MOCAR)’와 협업해 해당 영상을 제작했다. HR-셰르파의 무인 자율주행·전기 엔진을 이용한 조용한 침투력·전투 수행 능력을 자동차 리뷰어 김한용씨의 말과 영상을 통해 자세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업에서도 대중들에게 무기의 신뢰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름부터 생소한 무기 체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런 시도들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B2B(기업 간 거래) 업체들에서도 유튜버들과의 협업 시도가 늘고 있다. 소비재 기업처럼 광고 효과가 단기간에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유튜버들을 새로운 홍보 채널로 주목하는 추세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통해 파급력까지 갖춘 유튜버들이 섭외 1순위다. 지난 5일 열린 ‘SK 인공지능(AI) 서밋’에서는 경제·주식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의 운영자 전석재씨가 연사로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전씨는 과학 유튜버 궤도(김재혁)와 함께 엔비디아의 시장에서의 입지를 미국 서부시대에 빗대어 설명하는 등 AI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현대제철은 지난 8월 채용 시즌을 맞아 150만 구독자를 보유한 ‘빠더너스’ 채널과 함께 면접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운영자 문상훈씨가 채널의 인기 캐릭터인 인터넷 강사로 등장해 현대제철의 신사업부터 사내 복지까지 설명하며 ‘가고 싶은 회사’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유튜버들과의 관계에 고민이 깊어지는 업종도 있다. 조선업의 경우 유튜버들의 수주 가짜뉴스가 고민이다. 조선업 경기 회복으로 관련 주가에 관한 관심이 커지자 근거 없이 수주의 성공·실패를 단언하는 영상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수주 가짜뉴스를 내보낸 유튜버가 구독자 수를 과시하며 현장 견학 기회를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유튜버의 전문성과 지명도가 천차만별인 만큼, 기업의 적절한 섭외·기획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